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칼럼 > TView
[TVIEW]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웃을 일은 아닌데

5살, 3살 아이들의 얼굴에 자신이 입었던 팬티를 씌우는 남자가 있다. 깊은 물에 아이를 던져넣어 허우적대는 걸 보며 낄낄대고, 뛰어가는 아이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아들이 싫다는 데도 성기를 만지고 친척들 앞에서 꺼내 보인다. 아이가 울든 말든 “내가 우리 아들 사랑해서 그러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남자는 아무 데서나 아내의 가슴을 만지고도 당당하다. “내 마누란데 뭐 어때? 넌 내 거야.” 독박가사, 독박육아가 더해져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얻은 아내는 눈물까지 흘리며 남편을 고발했지만 마지막 한마디는 대부분 출연자가 그랬듯 “사랑해”였다.

아내와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남자의 명백한 폭력과 아동학대에 대한 증언 사이 MC 신동엽, 김태균의 성적인 농담과 방청객들의 폭소가 끼어들었다. 남편을 적당히 ‘혼낸’ 뒤에는 “과도한 장난의 영향에 대해 전문가에게 자문”했다는 멘트도 등장했다. 그러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의 문제는 그것이 ‘장난’이 아니라 폭력임을 직시하지 않고, 수많은 폭력의 징후들을 웃음으로 뭉개버린다는 데 있다. 올해로 방송 10년을 맞이한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가정 내 폭력, 특히 남성 ‘가장’의 폭력을 방조하는 문화에 그렇게 기여해왔다. MC 이영자는 지난 연말 K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작가들이 사연을 받으면 법원에 갈 것, 경찰서에 신고할 것, 방송에서 다룰 것으로 나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이 다룰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다룰 것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