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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열혈사제>, 두렵지만 옳은 일

사제 김해일(김남길)은 믿음 없는 신자는 성당에 나오지 말고 ‘<TV 동물농장> 보시라’라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유능함과 정치력으로 권력에 줄을 댄 검사 박경선(이하늬)은 ‘가즈아!’ 같은 대사를 차지게 뱉는다. 허세뿐인 형사 구대영(김성균)은 야구 배트에 머리를 맞아 ‘갓 쓴 사람’을 만나도 남보다 두개골이 두껍다고 자랑한다. SBS <열혈사제>는 경망스러운 재담을 주고받는 말 많은 코미디다.

해일은 구담시 교구의 손님신부로 머무는 중에 구청장과 특수부 부장검사, 경찰서장, 국회의원이 연루된 지역 카르텔과 마주한다. 과거 국정원 대테러 요원이었던 그는 ‘성령을 깡으로 받았나’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두려움이 없다. 경찰서와 구청을 수없이 드나들어도 해일의 활약은 곧 가로막힌다. 바티칸의 교황에게 편지를 쓰고, 교황이 친서를 보내 대통령까지 주목하는 사건이 되었어도 카르텔 분쇄는 지난하다. 그 답답함을 견디게 하는 것이 코미디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드라마는 각자 다른 사정으로 상사의 명령을 좇던 이들이 울분을 삭이는 장면을 거듭해 보여준다. 경선은 부장검사실을 나와, 대영은 경찰서장실을 나와 팔짝팔짝 뛰고 발길질을 한다. 안에서 알면 안되니까. 소리를 죽여서. 바꿔 말하면, <열혈사제>는 카르텔의 수족으로 기능하던 이들이 내부고발자로 돌아서는 순간을 기다린다. “겁나면서 겁나 뿌듯한 거.” 두렵지만 옳은 일을 하는 기분이란다. 말장난이지만, 주먹을 꽉 쥐고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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