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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국민 여러분!>, 악역이 눈에 띈다

동네 노인 같은 이들이 옹색한 탁자에 생선회를 깔고 플라스틱 잔에 소주를 마신다. 매운탕 냄비에는 필시 라면 사리가 익고 있을 것이다. 이곳은 항구도시의 수산물 공판장. 이들은 사채업계 ‘회장님’들이다. <무간도2: 혼돈의 시대>에서 삼합회 중간 보스들이 허름한 훠궈 식당에 모이던 장면을 한국화하면 매운탕이 나오는구나 싶다. 이 자리의 업계 원로들을 말로 작살내는 백경 캐피탈 회장 박후자(김민정)는 굉장하다. “어리고 버르장머리 없으니까 여기서 이러고 있죠. 제가 늙고 버르장머리 없었으면 회장님들 전부 여기 없어요. 어디다 파묻었지.” 존대와 하대를 뒤섞고 단어 끝음절을 길게 빼는 말투가 맹하고 나른한데, 내용은 거침이 없다.

KBS <국민 여러분!>의 주인공은 경찰 김미영(이유영)과 결혼한 사기꾼 양정국(최시원)이지만, 내 관심은 그의 적대자 박후자에게 쏠린다. 최근 방영하는 드라마들을 보면 후계자가 된 아들이 의식 없이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찾아가 묵혀둔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띈다. 이들의 고백은 아버지에게 품은 애증을 동반한다. 후자의 첫 등장도 아버지가 입원한 병실에서 영화 <대부>에 관해 종알거리는 장면이었다. 드라마를 보다가 후자의 막내 여동생 이름도 ‘귀남’이란 걸 알고 병실 장면을 다시 떠올렸다. 후자의 아버지는 딸 다섯의 이름을 뒤에 아들을 바라는 뜻으로 지었다. 후자는 언니들과 경쟁해 회장 자리를 차지한 넷째 딸이다. 그 넷째 딸의 목소리엔 두려움도 존경도 기대도 없다. 당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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