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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그녀의 사생활>, 보정과 왜곡 사이

드라마 자료를 찾다보면 남자주인공을 캡처해 보정한 사진들을 자주 접한다. 얼굴이 가무잡잡한 40대 모 배우는 밀가루 같은 피부에 귤색 입술을 하고 온라인을 떠돈다. 그의 혼백이라 해도 그처럼 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무튼. tvN <그녀의 사생활>이 다루는 덕후의 세계에서 “보정은 사랑”이란다. 미술관 큐레이터 성덕미(박민영)는 업무가 끝나면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 사진을 찍는 ‘홈마’(홈마스터)로 활동한다. ‘가짜 연애’라는 단서를 달고 만나던 신임 관장 라이언 골드(김재욱)에 대한 마음도 ‘덕질’을 하다 깨닫는다. 덕미는 카메라에 찍힌 관장의 사진을 뽀얗게 보정하다 화들짝 놀란다. “널 보정했어요”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확증이다.

덕미는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유사연애 감정을 거래하는 판매자와 소비자 관계로 보고 양쪽의 상도덕을 말할 만큼 분별력 있는 인물이다. 또한 보정한 작업물을 일반 팬에게 배포하는 ‘홈마’의 위치는 일정 부분 창작자이며 유통자를 겸한다. 그런 덕미의 말 중에 “왜곡도 거짓말입니다”라는 대사가 있다. 말의 일부만 전달해 이간질하는 작가에게 정색하는 상황이지만, 보정과 왜곡의 경계에 생각이 미친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현실의 남자를 유형화하고 사랑할 만한 대상으로 세우는 과정도 보정과 왜곡 사이에 있다. 이 드라마가 가진 분별력이라면, 덕미와 혈육처럼 자란 남자 남은기(안보현)가 행하는 정신적인 통제와 세뇌를 한순간도 소꿉친구 판타지로 보정하지 않는 점이다. 왜곡은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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