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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IEW] <가시나들>, 삶의 기쁨

질문: 된장찌개 어떻게 끓여요? (예상 답안: 보글보글)

할머니: 파도 여코(넣고).

질문: 여행 가기 전에 가슴이 어떻게 뛰어요? (예상 답안: 두근두근)

할머니: 약을 묵고 댕기지.

창의적인 대답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고 보면 개가 꼭 ‘컹컹’ 짖으리라는 법도 없다. 평생 개와 함께 살아온 사람이 개는 ‘공공’ 짖는다는데, 틀렸다고 할 수 있나? 85살 이남순씨가 말씀하셨듯 “이, 글이 참 신기한 기라”. 여자아이를 뜻하는 방언 ‘가시나’에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라는 해석을 붙인 MBC 파일럿 예능 <가시나들>은 어린 시절 가난해서, 여자라서 배울 기회를 박탈당했던, 노년 여성들의 한글 학교에 20대 연예인들이 찾아가 짝꿍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는 시대를 잘못 타고났거든”이라는 박무순씨의 한마디에 너무나 길고 깊은 한이 담겨 있지만, 읽고 쓰기에 조금 서툴 뿐 자신의 세계를 단단히 꾸려온 이들은 낯선 젊은이와 스스럼 없이 이야기 나누고 함께 생활하는 데 막힘이 없다.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의 사진을 향해 “촬영하러 왔다, 좋지?”라고 살며시 말을 건네는 소판순씨를 보며 생각했다. 산다는 것은, 나이 든다는 것은 뭘까. 점점 더 알 수 없어진다. 하지만 이미 청소해둔 손님방을 굳이 한번 더 닦아주겠다며 실랑이하는 이들의 다정함을, 글을 배운 덕분에 버스도 혼자 타고 자식에게 전화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순수한 기쁨을 조금이라도 더 나눠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