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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샛별이', 편의점 며느리가 될까 불안한 마음

성인 웹툰을 원작으로 한 SBS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는 미성년자가 담배 대신 은단을 사다준 성인 남성에게 키스하는 장면, 오피스텔 성매매 현장 묘사 등으로 시청자 민원이 6천건을 넘었다. 이명우 PD는 “우려와 거리가 먼 가족드라마”라 밝혔지만, 방송 이후 ‘가족드라마 맞냐’는 기사가 줄을 이었다. 4회까지 시청한 결과, 가족드라마의 요소는 충분하다. 주인공 정샛별(김유정)을 고용한 편의점 점주 최대현(지창욱)의 집은 극중 가장 생활감 있는 공간이고, 엄마 공분희(김선영)와 아버지 최용필(이병준)은 일상의 리얼리티를 두텁게 쌓아간다.

연출자의 말은 논란의 방패막이일까? 정해진 목적지로 가는 포석일까? 실은 나는 그 ‘가족드라마’를 우려한다. 내면에 상처를 지닌 샛별이 단 한번 바른말을 해준 남자에게 반해 저돌적으로 대시하고 연애와 결혼을 거쳐 가족 안으로 흡수되고 일손이 부족하던 가족은 가용 노동력을 확보하는 전개 말이다. 어린 여성의 결핍을 성인 남성을 통해 채우고 그의 가족 안에서 치유하는 서사가 박탈해온 다른 방식의 성장 기회를 생각하면, ‘편의점 샛별이’가 ‘편의점 며느리’가 될까 불안하다. 편의점의 매출 상승이 샛별 덕이라고 고마워하는 분희가 “이런 복덩이가 어디서 왔노”라고 할 때도 눈을 가늘게 뜨고 중얼거린다. 오케이 딱 거기까지만.

아직까지 대현은 미성년자를 성적 대상으로 보던 원작보다는 지각이 있다. 샛별을 경계하는 애인 연주(한선화)에게 “대기업 직원이든 편의점 알바든 일자리는 소중”하다고 훈계하는 본인이 샛별에게 ‘임시 알바’ 운운했던 것을 반성할 지각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지만, 아무튼. 대현과 연주는 덜컹거리다가도 올곧게 말하는 서로의 품성을 높이 평가하는 관계다. 그들은 그들대로 풍파를 겪을 테고, 샛별도 많이 웃고 울다가 때가 되면 세계가 더 넓게 열리기를 바란다. 어린 시절 열정을 품은 대상과 가깝게 있는 샛별이 그에게 콩깍지가 씌었던 까닭, 마음 속 허기의 근원을 스스로 탐구하는 것. 그외에 둘의 재회에 얻을 다른 의미는 없다.

VIEWPOINT

편의점의 ‘진상’ 들

샛별이 일하는 편의점에 어느 날 땀에 젖은 운동복을 입은 남자 손님이 찾아온다. 본사에서 나왔고, 점주 대현과 잘 아는 사이라며 음료를계산하지 않고 그냥 가져가려 한 것이다. 김경묵 감독의 편의점 인간 군상극 <이것이 우리의 끝이다>(2013)에 비슷한 장면이 있다. 민희(김새벽)가 일하는 타임에 사이클 복장을 하고 땀에 젖은 남자가 와서 이것저것 캐묻는다. 본사에서 나온 암행 관리팀이었다. 이 밖에도 ‘원’, ‘에쎄’, ‘레종’ 등 담배 이름의 라틴어 어원과 철학사를 읊어대는 손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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