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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엽 편집장] ‘뉴노멀’ 시대에 걸맞은 인사란
장영엽 2021-02-26

최근 국내 메이저 IT 기업 두곳이 한날한시에 온라인으로 임직원 간담회를 연다는 소식이 화제였다. 한 회사는 성과급 산정에 대한 불만이, 또 다른 회사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인사 평가 제도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올랐던 터라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두 회사를 둘러싼 문제 제기는 임직원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젊은 세대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많은 언론은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부당한 처우에는 행동으로 맞서는 MZ세대의 특성이 두 회사의 경영진을 긴장케 했다고 진단했다.

기사를 읽으며 지난해 <씨네21>이 기획했던 90년대생 영화인 50인과의 만남을 떠올렸다. 일을 사랑하지만 개인으로서의 삶도 그에 못지않게 존중받았으면 하고, ‘헝그리 정신’으로 불합리함을 포장하는 태도는 사절이라던 많은 이들의 답변은 ‘(개인의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단어를 주요 키워드로 언급했던 80년대생 영화인들의 나날들로부터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짐작하게 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업무 환경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세대가 한국 영화산업 안에서 점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은 이들과 더불어 나아가야 할 산업의 표준 또한 상향 조정되어야 할 것임을 알려주었다.

실은 그런 환경 속에서 일하고 싶은 건 세대에 관계없이 모두의 바람이기도 하다. 문제는 더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는 이유로, 혹은 더 빨리 목표에 닿겠다는 취지로 누군가가 피해를 입거나 부조리한 상황이 묵인되는 사례가 그동안 한국 영화산업 내에서도 종종 있어왔다는 점이다. 그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용인되던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태도야말로 시대에 걸맞은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2월 23일부터 4일간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정책과제포럼’을 개최했다. 총 16개 정책과제를 주제로 70여명의 발제 및 토론자와 45인의 기획위원회, 영화인과 관객 등으로 구성된 201명의 정책 패널이 참여한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 영화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정책적 제언들이 오갔다. 어느 때보다 극심한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의 위기를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수반되어야 할 정책들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는 신임 영진위원장 체제의 출범과 더불어 반드시 필요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거론된 의제의 현실화를 목표로 향후 사무국을 운영하게 될 신임 사무국장의 과거 횡령 혐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임명을 강행한 영진위의 행보는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이번호 포커스 지면에서는 김정석 신임 사무국장의 인사 검증 과정을 둘러싼 논란을 자세히 소개했다. 산적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선임하는 것 또한 영진위의 중요한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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