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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영화비평] 오리지널의 정체성은 언제?

시리즈의 틀에서 본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이제 <미션 임파서블>에서 가면이 빠지면 <미션 임파서블>이 아닌 거 같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 끝난 영화관 관객석에서 이런 소리가 들린다. 세대가 바뀌었다는 소리다. <미션 임파서블> 하면 자동적으로 떠올라야 하는 것이 두개 있다. 랄로 쉬프린의 음악과 라텍스 가면이다. 롤린 핸드가 공들여 만든 석고틀에 라텍스를 부어 변장 대상과 똑같은 가면을 만들어 뒤집어쓰는 장면이야말로 <미션 임파서블> TV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가 아니었는가. 물론 실제로 그런 가면을 쓴다면 <할로윈>(1978)의 마이크 마이어스처럼 보일 가능성이 100%였겠지만 <미션 임파서블>의 세계는 사정이 달랐다. 그런데 그런 결정적인 장면이 이제 ‘안 나오면 아쉬운’ 카메오 취급을 받는다.

영화만 본 관객에겐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은 <미션 임파서블> TV시리즈의 리메이크지만 원작의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그건 그냥 불가능했다. 아마 <미션 임파서블>이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갔다면 훨씬 소품이었을 거고 필 알덴 로빈슨의 1992년작 <스니커즈>와 비슷한 앙상블 스릴러가 나왔을 것이다.

생겨나기 시작한 팀

그렇다면 <미션 임파서블> 영화 시리즈의 정체성은 뭔가? 여기에 대한 답은 그냥 없다는 것이다. 1편은 일단 원작의 틀을 깨면서 시작했다. 팀이 폭사하고 리더는 배신자. 유일한 생존자인 풋내기는 목숨을 걸고 뛰어다닌다. 원래는 원작 TV시리즈의 캐릭터를 활용할 생각이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배우들을 그대로 기용할 생각이었다고 하던데, 이걸 멋진 생각이라고 여긴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연히 배우들은 거절했지만 존 보이트가 펠프스 역을 맡고 악역으로 뛰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를 통해 영화의 성격이 생겼다. 하지만 그 성격이 과연 새 시리즈의 성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나? 답은 2편에서 내야 했는데, 엉뚱하게도 이 영화는 오우삼의 비둘기 액션과 앨프리드 히치콕의 <오명>을 각색하려는 로버트 타우니의 이상한 시도를 엮으려는 동안 프랜차이즈 구축이라는 임무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더 괴상한 것은 여전히 주인공 에단 헌트가 제대로 된 팀을 꾸리지 못했다는 거다. 1편에서 그를 도왔던 루터 스티켈(빙 레임스)이 꾸준히 등장하긴 하지만 팀의 안정성은 보여주지 못한다.

그나마 시리즈에 지속이 가능한 성격이 생긴 건 J. J. 에이브럼스가 관리에 들어간 3편부터다. 그 세계는 그의 전작 <앨리어스>에서 파생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톰 크루즈의 스턴트 액션과 첩보물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다. 하지만 3편에서도 원작의 <미션 임파서블> 요소와 영화의 <미션 임파서블> 요소는 계속 따로 논다.

3, 4, 5편을 연속으로 보면 이 두 요소를 하나로 융합시키려는 시도가 덜컹거리는 와중에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과정이 보인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드디어 팀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생겼다’가 아니라 ‘생기고 있다’라는 점을 주목하시길. 3편에서 영화는 테크니션인 벤지 던(사이먼 페그)을 등장시켰고 나중에 현장요원이 된 그는 뒤의 두편에서 계속 분량을 늘려간다. 4편에서는 윌리엄 브랜트(제레미 레너)가 등장했다. 여전히 여성 팀원들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지만 스티켈, 던, 브랜트로 안정된 팀원들이 늘어나면서 팀플레이가 생긴다. 아무리 톰 크루즈의 스턴트가 중요하다고 해도 <미션 임파서블>은 팀이 없이는 안정된 설정을 유지할 수 없는 시리즈이다. 재미있는 건 팀의 성격이다. 원작에서 <미션 임파서블>은 모두 역할이 분명한 현장요원들이었다. 리더, 변장전문가, 여성, 힘쓰는 장사, 테크니션. 이 역할은 캐릭터들이 교체되고 속편으로 넘어간 뒤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미션 임파서블> 영화에서 이 분명한 역할 분담은 존재하지 않는다. 에단 헌트는 리더이고 변장전문가이고 대부분의 액션을 맡아서 한다. 벤지 던과 루터 스티켈은 모두 테크니션이다. 윌리엄 브렌트는 어쩔 수 없이 현장에 나오는 관리자에 가깝다. 만약 5편에 등장한 헌리(알렉 볼드윈)가 6편에도 계속 나온다면 관리자가 한명 더 느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건 그동안 세계가 디지털 혁명을 거쳤기 때문이다. 오리지널의 <미션 임파서블>은 아날로그 시대의 첩보 판타지였다. 하지만 웬만한 첩보 도구들이 스마트폰 안에 다 들어가는 시대에 이 협업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 테크니션의 비중은 커지고 현장요원은 점점 만능이 되어간다. 물론 그 현장요원이 톰 크루즈인 경우는 말할 필요가 없다.

존재 이유를 증명한 최초의 여성 캐릭터

여성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자. 영화 시리즈에서 가장 불만이 높았던 건 오리지널에 비해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빈약했다는 거였다. 1편의 클레어(에마뉘엘 베아르)는 배신자이고 악역이었다. 2편의 니어 노르도프 홀(탠디 뉴턴)은 이전에 잉그리드 버그먼이 연기했던 히치콕 여자주인공과 본드걸 사이였다. 3, 4편의 줄리아 미드(미셸 모나한)는 ‘여자친구’이거나 ‘아내’, 역시 3, 4편의 젠 레이(매기 큐)와 제인 카터(폴라 패튼)는 아무런 개성 없는 도구적 캐릭터였다. 영화 시리즈는 4편까지 이어지는 동안 여성 캐릭터에게 적절한 위치를 주는 것에 계속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원작으로부터 퇴보인가? 오리지널 여성 캐릭터들, 특히 초반 시즌의 시나몬 카터(바버라 베인)가 얼마나 훌륭한 캐릭터였는지를 떠올려 보면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시나몬 카터의 역할이 ‘여성’이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당시 카터의 역할은 ‘여자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커버하는 역할이 넓어지긴 했지만 그건 어쩔 수 없이 1960년대라는 시대의 한계를 보여준다. 시나몬 카터의 자리를 이어받은 젠 레이와 제인 카터가 시리즈 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이유는 이제 ‘여성’인 것만으로는 캐릭터의 개성과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톰 크루즈가 모든 액션을 하고 이미 테크니션이 둘이나 있는 상황에서 역할 찾기가 어렵다는 것은 더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는 이 핸디캡을 깨트린 첫 번째 여성 캐릭터이다. 재미있는 건 일사의 캐릭터가 1편의 에단 헌트와 거의 같은 위치라는 것이다. 위험한 작전 임무 수행 중 배반당하고 누명쓰고 버려진다. 에단 헌트와 붙어 있는 장면이 굉장히 많고 관계가 밀접하며 심지어 니어 노르도프 홀처럼 잉그리드 버그먼 캐릭터의 아우라를 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일사 파우스트라는 이름은 <카사블랑카>의 일사 룬트에서 따왔고, 주요 액션 장면은 카사블랑카에서 일어난다) 둘 사이에서 로맨틱한 분위기가 살지 않는 건 결국 둘이 같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건 일사 파우스트가 비키니 몸매와 각선미를 강조하는 예고편에서 암시한 것과는 달리 성중립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일사 파우스트가 여성이라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것은 캐릭터가 그렇다는 것이고 역할 자체는 성과 무관하다. 하여간 이를 통해 시나몬 카터의 그늘에서 벗어난 최초의 무게 있는 여성 캐릭터가 한명 태어났다.

길이 끝난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일사 파우스트는 외부자이고 팀은 안정된 여성 캐릭터가 없는 남자들의 클럽이다. 6편에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과연 해결할 생각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앞으로 얼마나 끌지는 알 수가 없는데 (이미 톰 크루즈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리더인 브릭스와 펠프스보다 나이가 많다) 끝날 때까지 오리지널의 완벽한 균형에 도달하지는 못할 거라는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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