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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애수, 부활하다
2001-03-29

영화음악 - <대부>

<대부> O.S.T / 록레코드 발매

영화 <대부>의 30주년 기념 음반이 나왔다. <대부 3부작>(The Godfather Trilogy)이라 하여 1편에서부터 3편까지의

대표곡들을 모으고 있다. 대부의 음악은 니노 로타와 프랜시스 코폴라의 아버지인 카마인 코폴라, 그리고 피에트로 마스카니, 이렇게 세 사람이

맡았는데 그중 애수어린 시실리의 분위기를 살려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사람은 역시 니노 로타이다. 니노 로타는 세계 영화음악사에 길이

남을 대영화음악 작곡가이다. 2차대전 이전부터 영화음악에 손을 대기 시작했으나 그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한 것은 전후 이탈리아의

‘네오 리얼리즘’이 열정적인 예술적 활력을 내뿜기 시작하던 때와 자취를 같이한다. 특히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와 손을 잡음으로써 그는 위대한

영화의 위대한 스코어를 쓴 사람이 되었다. 줄리에타 마시나와 앤서니 퀸의 혼을 실은 연기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길>의 테마. 트럼펫으로

부는 그 테마만큼 애처로운 것이 또 있을까. 또 경박스럽기도 하고 흥겹기도 하면서 애수가 깃든 <돌체 비타(달콤한 인생????>의 음악.

게다가 너무나 잘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 노래. 거기에 <대부> 1편에 나오는 슬픈 왈츠, 트레몰로 주법으로 연주되는 대부의

테마곡. 또 <대부2>에 나오는, 슬프지만 어딘지 희망찬 느낌이 배어 있는 이민자의 테마(<`immigrant`>). 이 모든 것이 니노

로타의 것이다.

니노 로타는 한마디로 멜로디의 천재이다. 그의 멜로디는 화려하다기 보다는 소박하다. 젤소미나의 테마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의 테마도,

대부의 테마도, 그 멜로디들은 모두 가슴을 에이는 애수를 담고 있다. 가슴을 애는 감상적 멜로디, 그것은 신파조의 어떤 감성을 자극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천박하지 않게 들리는 것은 거기에 이탈리아 특유의 천진함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메리카???? 필름 인스티튜드(AFI)에서 미국영화의 3대 걸작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이 영화는 전설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다.

사실상 <대부> 시리즈는 범죄영화라기보다는 이탈리아계 미국인의 미국 이주사를 다룬 영화이다. 아무 가진 것 없는 그들은 미국에 터잡기 위해

싸우고 거기 시민으로 살기 위해 죽인다. 특히 회상의 형식으로 되어 있는 <대부2>는 전편보다 더 퇴행적이고 신화적인 관점이다. 이 영화는

미국 땅에서 산다는 게 무엇인가를 되물으면서 좀더 보편적인 주제, 예컨대 선과 악, 그리고 그에 직면한 인간의 내면 세계 등을 착잡하게

보여주고 있다. 니노 로타의 음악은 음모와 피비린내나는 살인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이러한 신화들을 반추하도록 하고 있다. 싸우는 것은

자리잡기 위해 싸우는 것이고 죽이는 것도 살기 위해 죽이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피비린내 나는 싸움의 계속적인 대조. 1편 마지막

장면에서, 문이 닫히며 알 파치노와 다이앤 키튼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심연이 놓인다. 그 심연은 끝내 넘을 수 없는 강이라는 듯, 자막이

올라가고 테마 음악이 흐른다. 결국 <대부>는 극복의 가능성을 열어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성공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번 <대부 3부작> 앨범은 왠지 모르게 조금 조급하게 나왔다는 느낌이 든다. <대부>가 처음 선보인 게 1972년이니까 만 30주년이

되려면 아직 1년이 더 남았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아니다. 프라하 시티 필하모닉이 연주하여 새로 녹음한 것이다. 음질은 좋아졌지만 어딘지

원래 녹음의 집중력은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또 니노 로타는 1979년에 죽었는데 마치 그가 2001년에 말한 것처럼 실린 인터뷰 내용도

들어 있다. 약간 졸속으로 제작된 앨범이 아닌가 싶긴 하나, 3편의 <대부>에서 핵심적인 테마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장점이다.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creole@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