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초이스 > 도서
수줍음으로 봉인된 강렬함
2001-04-12

에이든의 세번째 정규앨범 <`Hey 19`>

<`Hey 19`> 문라이즈 발매

며칠 전 우연히 스포츠 신문을 펴들었을 때 최근 <`One Step Closer`>란 싱글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하이브리드 하드 록 그룹 린킨 파크(Linkin’ Park)의 디제이 멤버 조시프 한이 한국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 자체는 별로 문제될 게 없었다. 문제는 그 사실이 ‘기사화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지금까지 드림 씨어터(Dream Theater)의 존 명이나 씸(Seam)의 박수영과 윌리엄 신, 존 리 등등에 대한 국내의 관심에도 분명히 그와 공모된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정말 피는 물보다 진한가? 진하겠지. 하지만 그것이 이슈화하는 데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우리’라는 뭔가 수상쩍은 한국적 혈통론이 가세한다. 이렇게 시작함으로써 이 글은 벌써 이번 포커스란 해당 앨범을 저주해 버렸는지도 모른다. 미국 시카고에서 출발한 인디밴드 에이든(Aden)은 현재 3인조로 활동중이고 그중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제프 그램(Jeff Gramm)은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필 그램의 아들이자 한국계 혼혈이다. (혈통에 권력까지! 이들이 혹시라도 빌보드에 오른다면 국내 스포츠 신문 단신란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비록 이렇게 마치 가십인 양 불어버렸지만, 감히 바라건대 특히 이 땅에서 이 점은 이들이 하는 음악에 거의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

좋다, 그럼 아무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기대하며 이제부터 모르는 척 주절주절 써볼 것 같으면, 95년에 결성된 에이든이 2000년에 찍은 <`Hey 19`> 앨범은 밴드의 세 번째 정규작이다. 실제로 씸의 박수영의 레이블인 포춘 포(Fortune 4)에서 셀프 타이틀의 첫 앨범 <`Aden`>을 찍은 뒤 99년에 두 번째 앨범인 <`Black Cow`>를 틴비트(Teenbeat) 레이블로 옮겨 발표했다. 이들은 결성 과정이나 사운드, 태도 등 모든 면에서 미국 대학가 인디의 노선과 방법론에서 크게 벗어나는 점이 없다. 그러면서도 독특한 이들의 특징이라면 바로 그 (상대적인) ‘페미닌함’이다.

그래서 처음 이들의 음악을 듣게 되면 제일 처음 드는 인상은 아마도 “왜 이렇게 숫기가 없어?”일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귀엽다’는 말을 얼마간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로 구사하고 싶을 때 쓰일 법한 단어인 영국 속어 ‘트위’(twee)를 포함한 (인디) 팝 장르의 서브 스타일 ‘트위 팝’으로 이들 에이든의 음악도 손쉽게 규정지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Hey 19`> 앨범은 지금까지 이들을 조금쯤 성가시게 했던 그 ‘너무 예쁘고 슬프다’라는 (일견 패배적이라고 말하는 듯한) 평들에 대해 더이상은 참을 수 없었던 듯, 내용의 많은 부분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시각 조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곡과 멜로디는 수줍은 것 같지만 상당한 흡인력을 발산하는 그런 이중적인 매력으로 시시콜콜히 봉인해 놓았다.

<`Matinee Idol`>과 <`Rockulator(Rock Me Now)`> 같은 곡들이 대표적 트랙으로 나설 만 한 가운데 <`Gulf Coast League`>는 단연 앨범의 조용한 백미이다. <델리 스파이스>의 김민규가 만든 레이블 문라이즈(Moonrise)의 국내 라이선스 1호작으로 선택된 에이든의 <`Hey 19`>은 4월 둘째주쯤이면 일반 음반 매장에 배포될 예정이다.

성문영/ 팝음악애호가 montypytho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