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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패니메이션, 옛 영광을 찾아라!
2001-04-26

<메트로폴리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요즘 일본에서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편의 애니메이션이 화제이다. 하나는 린 타로 감독의 <메트로폴리스>이고, 다른 한편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이다.

<메트로폴리스>는 데츠카 오사무의 동명만화를 린 타로와 오토모 가쓰히로라는 일본의 걸출한 두 감독이 연출과 시나리오로 손을 잡고 만든다고 해서 기획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15만매의 원화와 10억엔(약 110억원)의 제작비, 5년여의 제작기간이 걸린 대작이다. 데츠카 오사무의 만화 <메트로폴리스>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프리츠 랑의 걸작 SF영화 <메트로폴리스>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이다.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사회에서 로봇의 도움으로 부를 획득한 사람,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 로봇한테도 인간과 동등한 ‘인권’이 있음을 주장하는 단체, 그리고 로봇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았다며 로봇의 파괴를 주장하는 테러단 등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대작이다.

애니메이션은 이런 원작만화의 내용을 최대한 살리면서 컴퓨터를 이용한 박진감 넘친 영상미를 내세우고 있다. 오는 6월 개봉예정인 <메트로폴리스>는 벌써부터 대대적인 이벤트를 통해 붐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열린 ‘도쿄 토이쇼’에는 <메트로폴리스>의 주인공들을 모델로 한 캐릭터 상품들이 선을 보였고, 오사카 인근 다카라즈카시에 있는 ‘데츠카 박물관’에서도 <메트로폴리스>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에 큰 족적을 남겼지만, 서서히 역사 속 이름이 되어가고 있는 데츠카 오사무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그의 제자들의 노력이 주목된다.

한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이웃의 야마다군> 이후 침묵을 지키고 있던 스튜디오 지브리가 올 7월 개봉을 목표로 후반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작품이다. 115분짜리 장편으로 ‘치히로’라 불리는 어린 소녀가 돼지로 변해버린 부모를 찾아 영혼의 세계로 떠난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때 은퇴를 선언했던 미야자키 하야오가 극본, 감독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는 90년대 중반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존심으로 불렸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전반적인 부진과 더불어 침체에 빠져 있었다. 특히 <이웃의 야마다군>이 흥행에서 실패했고, 마이니치 애니메이션 대상에서도 <인랑>에 밀리는 등 이래저래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라, 미야자키가 다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이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디즈니 계열인 브에나비스타가 공동제작에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야자키가 과연 <원령공주>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순풍에 돛단 듯 개봉일을 향해 순조로운 수순을 밟고 있는 <메트로폴리스>에 비해 그리 좋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7월 개봉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스튜디오 지브리는 장편 <센과 치히로…> 외에 요즘 도쿄 근교 미타카시에 짓고 있는 지브리 박물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정식 명칭이 ‘미타카 시립 애니메이션 미술관’인 이 미술관은 오는 10월 개장 예정인데, 그동안 지브리에서 제작했던 애니메이션 원화와 스케치 등 애니메이션 관련 미술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특히 현재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는 미야자키의 단편 애니메이션이 이곳 미술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게임산업의 급성장으로 인해 요즘 눈에 띄게 생기를 잃은 일본 애니메이션계는 올 여름 등장한 두편이 다시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재범 | 동아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