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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시’라 부르고 싶다
2001-05-24

고전적 느낌의 파두 36곡이 담긴 <Fado Collection 1950-1995>

<Fado Collection 1950-1995> 굿 인터내셔널 발매

안녕하십니까. ‘월드 뮤직 전문 평론가’ 호미 아줌마입니다. 새 직함은 상큼하고 향기나는 모던-인디 팝/록은 (성)문영 언니한테 밀리고,

품격높은 재즈, 블루스, ‘클래식 록’ 등은 (성)기완 오빠한테 치여서 ‘변두리 나라들’ 음악이나 가뭄에 콩나듯 소개하는 퇴물 신세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오늘은 파두(Fado)의 세계를 알아볼까 합니다. 아, 참 교정 보는 언니! 파도가 아니라 파두입니다. Ronaldo가

‘로날도’가 아니라 ‘호나우두’가 맞다면 말입니다.

언젠가 베빈다(Bevinda)를 소개했지만 그녀의 음악은 팝과 재즈에 영향받은 현대적 ‘팝 파두’였습니다. ‘진짜’ 파두는 오늘 소개하는

음반에 모아져 있습니다. 두장의 CD에 36곡이 꾹꾹 눌려 담겨 있어서 ‘이것만 들으면 모든 것을 정복한다’는 착각마저 듭니다. 전체적인

느낌은 매우 ‘고전적’입니다. 이유는 리매스터링을 통해 말끔해진 음질에도 불구하고 악기들이 ‘어쿠스틱’하기 때문입니다. 포르투갈 고유의

악기들인 기타라, 카바퀴뉴, 비올라 등이 중심이고 타악기는 별로 없습니다. 이들 악기의 주법은 트레몰로(음 세기의 떨림)와 비브라토(음

높이의 떨림)가 강해서 낑낑거린다는 느낌을 줍니다. 가수, 즉 파디스타의 노래도 목 주위에서 구사하는 기교가 많습니다. 리듬감이 강하지

않아서 처음에는 밋밋하고 청승맞게 들리지만 듣다 보면 어떤 아련함이 다가올 때가 있을 겁니다.

곡이 워낙 많아서 한곡 한곡에 대해 설명하기가 힘들군요(광고 하나: 파두의 역사에 대한 해설은 http://www.weiv.co.kr/view_detail.asp?code=series&num=601을

참고해 주십시오). 정보 하나만 전해드리면 파두에는 ‘알파마 파두’와 ‘코임브라 파두’라는 양대 산맥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전자는 아말리아

로드리게스로 대변되었던 민중적인(=세속적인) 스타일이고 후자는 코임브라 의과대학을 통해 보존된 학구적이고 양식화된 스타일입니다. 물론 양자

모두 음반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감히’ 시(詩)라고 부르는 가사의 테마는 뭐냐구요? 우정과 사랑도 있고, 조롱과 욕설도 있고, 일상적

삶에 대한 묘사도 있습니다. 모든 주제들은 사우다드(saudade)라는 파두 고유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는 말은 언젠가 한번 들어보셨을

겁니다. 거의 까막눈인 제가 어떻게 아냐구요? 라이너 노트(국어로 ‘속지’)에 각 트랙들의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한국사람이 적당히 베껴

쓴 거 아니므로 신뢰할 만합니다.

마지막으로 음반 커버가 예술입니다. 그저 ‘예술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정말 예술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음반을 듣고 나면 공연장보다는 박물관에

다녀온 기분입니다. 그렇지만 본토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음악을 들으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인용으로 마칩니다. “파두의

라이브 공연에서 청중의 행동은 매우 중요하다… 시원찮은 연주를 끝까지 고통스럽게 참아내는 청중은 없고, 훌륭한 연주를 중단시킬 수도 없다…

스폰서라도 시끄럽게 굴면 쫓겨나고, 시원찮은 가수는 중간에 그만 두어야 한다… 그렇지만 노래가 끝나면 모든 게 허용된다. 박수갈채를 치거나,

발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테이블을 두드리거나, 심지어 맥주를 쏟거나.”

신현준|음악에세이스트 http://homey.wo.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