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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스의 후예들
2001-07-26

<옐로 서브마린>

얼마 전 이 지면에 소개한 영국 애니메이션 작가 앨리슨 드 비어에 대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재미있는 글을 하나 발견했다. 화가이자 방송인인 로버트 히에로니무스가 <애니메이션 월드 매거진>에 쓴 ‘비틀스 <옐로 서브마린>의 애니메이터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The Animators of The Beatles Yellow Submarine: Where Are They Now?)란 장문의 기고문이었다. 앨리슨 드 비어에 대한 글에서도 밝혔지만, 그녀는 <옐로 서브마린>에 배경감독으로 참여했다. 이 글에는 그녀 외에 총감독 조지 더닝에서 음악을 맡았던 조지 마틴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스탭들의 활동과 근황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을 주도했던 아트디렉터 하인츠 에델만은 <옐로 서브마린>에서 득특한 형상의 글자와 색감으로 당대의 문화와 유행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그뒤 그는 특수효과 디자이너였던 찰리 젠킨스, 앨리슨 드 비어와 손을 잡고 런던에 스튜디오를 차려 CF와 장편애니메이션을 제작했고, 70년대 들어서는 책 디자인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잡지 디자인, 콘서트 포스터, 애니메이션 등 그래픽 디자인의 전 분야에서 활약했다. 또한 최근 은퇴할 때까지 30년 동안 ‘슈투트가르트 아카데미 오브 파인 아트’의 교수로 재직했다.

총감독인 조지 더닝은 60년대 영국 애니메이션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잭 스톡스와 함께 67년부터 TV시리즈인 <더 비틀스>를 감독했는데, <옐로 서브마린>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러한 전력이 크게 작용했다. <옐로 서브마린>에는 그외에 잭 스톡스 등 TV시리즈 애니메이터들이 대거 참여했다. 하지만 11개월의 애니메이션 제작기간 동안 조지 더닝은 지병으로 인해 제대로 자신의 일을 할 수 없었다. 조수인 빌 시웰과 함께 ‘루시 인더 스카이’를 비롯한 몇몇 시퀀스를 제작했지만 건강으로 인해 더이상 제작에 참여하지는 못했다.

애니메이션 발표 뒤 조지 더닝은 더욱 건강이 나빠져 69년 등의 작품을 발표하고 79년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라인 프로듀서 존 코츠는 TV시리즈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79년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으로 에미상을 수상한 그는 83년 <스노우맨>을 제작해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그는 레이먼드 브릭스 원작의 <바람이 불면>을 비롯해 <그랜드 파> <파더 크리스마스> 등 우리에게 친숙한 수작들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조아나 퀸의 <페이머스 프레드>로 영국필름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프로듀서 알 브로덕스는 <옐로 서브마린>에 이어 자신이 직접 극본·제작·연출을 맡은 <소원을 빌어요> <애니멀 애니멀, 애니멀> 등으로 에미상을 수상했다. 80년대 들어서는 마블 코믹스와 컴퓨터그래픽 래보라토리스 등의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제작 자문으로도 활동했다.

하인츠 에델만의 조수 밀리센 맥밀란은 ‘서브마린’ 이후 30년간 TV시리즈에서 활동했다. 그는 존 코츠가 제작한 <스노우맨> <그랜드 파> <파더 크리스마스>에서 배경이나 디자인을 담당했다. 그뒤 그는 장편영화로 외도를 해 앨런 파커가 감독한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제작에 참여했다.

키 애니메이터를 맡았던 데이비드 리버시는 이후 영국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프로덕션 중 하나인 ‘코스그로브 홀 프로덕션’에서 일했다. 그는 <스노우맨> <워터 베이비스> <헤비메탈> <크리스마스 캐롤> 등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존 코츠가 제작한 레이먼드 브릭스 원작의 애니메이션 <더 베어>의 키 애니메이터로 참여했다.

애니메이션 스탭은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역할을 했던 사람으로는 조지 마틴이 있다. ‘제5의 비틀스’로 불렸던 그는 6곡의 오리지널 오케스트라곡을 영화를 위해 작곡했다. 그의 작품을 두고 프로듀서 알 브로덕스는 바흐의 작품에 비견되는 명곡이라고 극찬을 했다. 비틀스 이후에도 마틴은 밥 딜런, 스팅, 엘튼 존, 칼리 사이먼, 시네드 오코너, 엘비스 코스텔로, 피터 가브리엘 등 쟁쟁한 음악가들의 앨범을 제작했다. 그의 마지막 앨범 <인 마이 라이프>에는 평소 절친했던 골디 혼, 로빈 윌리엄스, 바비 맥페린, 숀 코너리 등이 참여해 마틴이 아꼈던 비틀스의 곡들을 불렀다.

그리고 또 한명. <옐로 서브마린>의 대본은 당시 프로듀서 알 브로덕스가 예일대에서 찾아낸 한 젊은 교수가 맡았다. 애니메이션에 거의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런던으로 와서 40여명의 스탭들과 밤을 새우며 일을 했는데 이후 소설가로서 더 큰 명성을 떨쳤다. 바로 <러브 스토리> <올리버 스토리>의 원작자인 에릭 시걸이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이 코너를 김세준씨에게 넘깁니다. 그동안 이 코너를 아껴준 독자께 감사드립니다. 언젠가는 저도 히에로니무스처럼 <로버트 태권 V>나 <아기공룡 둘리>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눈부신 활약상을 즐거운 마음으로 소개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김재범/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oldfield@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