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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아몬드>
김수빈 사진 최성열 2017-04-18

<아몬드> 손원평 지음 / 창비 펴냄

인간의 머릿속엔 아몬드 두알 크기의 기관이 있다. ‘편도체’라 불리는 이곳은 외부의 자극에 따라 적절한 감정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두려움도, 불안도 생존에 있어선 필수적인 감정이다. 윤재는 편도체가 고장난 18살 소년이다. 남들의 눈물, 웃음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소년에겐 “감정이라는 말도, 공감이라는 말도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윤재의 ‘할매’와 엄마는 아이에게 감정을 가르친다. 희, 노, 애, 락, 애, 오, 욕. 일곱 글자를 집 안 곳곳에 “가훈처럼 혹은 부적처럼” 붙여놓고, 상황에 맞는 감정과 반응을 예습시킨다. 하지만 사회와 그를 이어주는 유일한 두 존재는 윤재의 생일에, 끔찍한 사고로 죽거나 식물인간이 된다. 그에게 남겨진 건 엄마가 운영하던 조그만 헌책방뿐이다.

소문은 경험보다 힘이 세다. 또래 사이에서 윤재는 ‘사이코패스’, 혹은 괴물 같은 아이로 통한다. 애써 들여다봐주는 이 없는 무심한 생활 속에서 그는 또래 소년 이수를 만난다. ‘곤이’ 라는 별명이 더 친숙한 이수 역시 심각한 문제아라는 ‘소문’이 도는 아이다. 육상 소녀 도라도 만난다. 그는 윤재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선사하는 아이다.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심 박사 같은 어른도 있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주변 사람들 덕에 소년의 굳은 얼굴엔 조금씩 표정이 생겨난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 중에서 곤이는 윤재와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이 없는 윤재와 달리 감정이 넘치는 곤이는 윤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 불능의 사회에서 감정을 교류하는 일은 귀하다. 주인공은 유전적 문제로 소위 말하는 ‘괴물’이 될 수 있던 아이지만,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 덕분에 한명의 어엿한 개체로 성장한다. 소년의 얼굴만큼은 무표정하지만 읽는 내내 다채로운 감정이 맴도는 작품이다. 얼음장 같던 마음에 ‘감정’이란 균열이 생기는 과정이 뭉클하다. 유아인, 김윤석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완득이>를 첫 당선작으로 낸 창비청소년 문학상 제10회 수상작이기도 한 <아몬드>는 손원평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는 2001년 <씨네21> 영화평론상을 수상한 뒤 연출, 번역, 각색 등 영화 다방면에서 역량을 펼쳐온 영화인이기도 하다.

감정을 배우다

몰랐던 감정들을 이해하게 되는 게 꼭 좋기만 한 일은 아니란다. 감정이란 참 얄궂은 거거든. 세상이 네가 알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일 거다. 너를 둘러싼 아주 작은 것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운 무기로 느껴질 수도 있고, 별거 아닌 표정이나 말이 가시처럼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 길가의 돌멩이를 보렴.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대신 상처받을 일도 없잖니. 사람들이 자신을 차고 있다는 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자신이 하루에도 수십번 차이고 밟히고 굴러다니고 깨진다는 걸 ‘알게 되면’, 돌멩이의‘기분’은 어떨까. 이 예조차 아직은 네게 와닿지 않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러니까, 내가 말하려는 건….(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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