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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씨네21 추천 도서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김수빈 사진 백종헌 2017-05-23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 토마스 만 지음 / 임흥배 옮김 / 창비 펴냄

괴테의 도시, 바이마르. 바이마르의 작은 호텔에 노년의 로테가 들어선다. 그렇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주인공이자 괴테를 문학으로 이끈 그 이름, 로테다. 함께 온 딸과 투닥거리며 호텔의 등록절차를 하릴없이 기다리고 있는 이 여인은 그 로테가 아니다. 단지 동생 부부를 만나기 위해 낯선 도시에 도착한 평범한 노부인일 뿐. 물론 이름으로 인해 겪은 일들이 많아 호텔 비서 마거의 호들갑이 낯설진 않다. 마거의 과한 오지랖으로 <젊은 베르터의 고뇌>의 주인공이 바이마르를 찾았다는 소문이 금세 도시로 퍼져나간다. 이내 괴테의 비서, 여행 화가 등 괴테의 주변 인물들이 로테가 머무는 방을 찾아와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한다. 그 결과, 로테는 실제 괴테까지 만나게 된다. 괴테의 초대로 둘만의 시간을 가진 로테와 괴테는 짧고도 강렬한 교감을 나눈다.

“모든 작품은 결국 작가라는 현상에 대한 부질없는 천착이 아닐까.” 나치를 피해 망명 중이던 소설가 토마스 만은 독일 문학계의 거대한 산 같은 존재, 괴테를 소설의 중심에 불러온다. <젊은 베르터의 고뇌> <파우스트> 등 괴테 작품의 숱한 구절과 캐릭터와 사건을 인용하고, 괴테 비서로 등장하는 리먼 박사의 입을 빌려 괴테에 대한 토마스 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기도 한다.

소설 후반부에 나오듯 괴테와 샤를로테는 실제로 44년 만에 재회한다. 작가는 <젊은 베르터의 고뇌> 후일담을 전하듯 실재하는 사건에 상상력을 덧붙여 이야기를 완성했다. 괴테와 로테는 절절한 로맨스의 이름난 주인공들이지만 이 책에서 작가가 집중하는 것은 노년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 대신 독일 민족의 상징이 되어버린 괴테라는 작가의 내면과 작품 세계, 독일이란 국가와 국민성, 민족주의에 대한 성찰 등을 다룬다. 나치라는 군국주의의 광풍이 불어닥친 시대가 이같은 이야기들을 하게 된 배경일 것이다. 작가는 스스로 괴테와 “신비로운 합일”을 이뤘다고 고백할 정도로 자신의 저작에 흡족해했다고 한다.

로테와 괴테의 만남

그처럼 너무 날카로운 시선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불편하게 한다. 그건 차라리 삐딱한 시선이라 할 수 있는데, 어떤 행위의 복잡다단한 동기들 중에서 오로지 애교로 함구한 동기만을 들춰내어 확인하려 들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 동기에 대해서는 아무리 존중할 만한 사유가 있어도 그저 핑계일 뿐이라고 비웃는 것이다. 샤를로테는 어떤 상황에서건 그런 식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캐내려드는 일체의 태도에 분통이 터지고 모욕감을 느꼈으며, 붙임성이 없다고 딸을 타박했던 정황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37쪽)

나는 아직 맹랑한 풋내기였지만 재기가 넘쳤지. 벌써 예술에 대해서나 사랑에 대해서 나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었고, 사랑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예술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 새파랗게 젊었지만, 이미 예술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사랑과 인생과 인간을 배반할 용의가 있었어. 결국 일을 저질렀지. 라이프치히 도서전에 <젊은 베르터의 고뇌>를 내놓았지. 사랑하는 벗들이여, 격분한 이들이여, 나를 용서해주게. 그럴 수만 있다면.(3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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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 도서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