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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17-08-22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 신용목 지음 / 창비 펴냄

‘어떤 시집은 그 시집의 시간을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살게 한다. 신용목의 이번 시집은 그런 시집이었다. 나는 해가 천천히 지는 여름 동안 그의 시집을 읽었다. 읽는 동안 나는 이 시집이 씌어지던 시인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허수경 시인의 추천사가 꼭 내 마음 같아서 잠시 옮겨 적는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부르면 내가 돌아보았다>는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한 신용목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세 번째 시집 <아무날의 도시>에 이어 삶의 고통을 근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관조한다. 그러나 그 관조에는 냉담자의 시선이 아니라 언제든지 달려가 사람을 안을 수 있는 보드라움이 있다. 상황은 분명 어둡지만 시선은 따스하고 거기에는 모두 제각각 성실하고 예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서정시 중에서도 누구보다 서정적인 시인의 시가 동시대에 의미가 있는 것은 그가 ‘아무날의 도시’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낮은 지대의 사람들에게 관심을 거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슬픔은 분명 전 생애에 걸쳐 존재하고, 지울 수 없는 삶의 무게를 지고 우리는 꾸역꾸역 살아간다. 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도 분명 사람들은 기쁘다고 말하며 울고 슬프다고 말하며 웃는다(“기쁘다고 말하며 울고 슬프다고 말하며 웃는 사람들” <착하고 좋은 사람들>). ‘-같은’ , ‘-처럼’과 같은 연결어를 많이 사용하지만 시적 완성도를 잃지 않는 직유의 힘이 시 마디마디에서 빛난다.

시간을 함께 살아낸 시

내가 죽은 자의 이름을 써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내가 그의 이름을 가져도 되겠습니까? 오늘 또 하나의 이름을 얻었으니/ 나의 이름은 갈수록 늘어나서, 머잖아 죽음의 장부를 다 가지고// 나는 천국과 지옥으로 불릴 수도 있겠습니까// (…)// 인생이 가능하다면, 오직 부르는 순간에 비가 그치고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사랑이 가능하다면,/ 죽은 자에게 나의 이름을 주어도 되겠습니까? 그가 죽었으니 그를 내 이름으로 불러도 되겠습니까(<공동체>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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