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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매혹당한 사람들>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7-09-19

<매혹당한 사람들> 토머스 컬리넌 지음 / 이진 옮김 / 비채 펴냄

남북전쟁이 한창인 버지니아주,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사 판즈워스 여자 신학교에 머무르고 있는 어밀리아는 숲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군인을 발견한다. 그의 이름은 존 맥버니, 첫만남부터 겁먹은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그는 14살이라는 어밀리아에게 대뜸 “키스는 해봤을 나이구나”라며 추파를 던진다. 그에게 친근감을 느낀 어밀리아는 여자들만 머물고 있는 학교로 그를 데려가고, 교장인 마사와 그녀의 동생 해리엇, 학생인 에드위나, 에밀리, 얼리샤와 마리는 존의 등장으로 저마다 마음이 일렁인다. 소피아 코폴라가 영화화한 <매혹당한 사람들>의 원작 소설이다. 1971년 돈 시겔 감독의 작품과 2017년 개봉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 그리고 원작까지 셋을 비교하고 싶다면 책은 가장 마지막에 접해도 좋겠다. 단절된 여학교라는 공간에 낯선 남자가 나타났을 때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질투와 관계 변화가 원작에서는 더욱 솔직하게 묘사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각 인물의 시점을 오가며 사건을 이어나가는데, 특이한 점은 여성 캐릭터들이 바라보는 존 맥버니 상병은 있되 그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부분이 없다는 점이다. 에드위나가 바라보는 존 맥버니가 다르고 마사와 해리엇이 바라보는 그가 또 다르다. 불쌍하게도 존 맥버니는 여성주인공들의 갈등을 빚는 소재로 복무하며 또 완벽히 대상화되어 있다. 1인칭 시점인 만큼 여성들은 함께 사는 다른 여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외모와 먹는 모습까지) 평가하고 비교하는데, 전쟁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부족한 음식과 재화를 둘러싸고도 신경전이 벌어진다. 가끔씩 동료에 대한 평가가 노골적으로 악의적인데, 그녀들은 존 맥버니가 나타나기 전에도 기나긴 전쟁에 지쳐가며 이미 서로에 대한 악의를 쌓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피아 코폴라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 흑인 노예 마틸다만이 상황을 가장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인물에 대해 정확히 평가하는데 그녀의 신랄한 독설을 읽는 재미 또한 크다.

악의는 자라난다

맥버니 상병과 함께 식사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마치 식탁에 양키 폭탄이 떨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정숙한 숙녀들이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뛰어다녔다. 숙녀들은 서로 마주 보며 키득거리고, 머리에 핀을 꽂았다 뺐다가 하면서 ‘내 상아 머리핀 어디 갔지?’ ‘우리 엄마 진주 목걸이 누가 가져갔어?’ 따위의 말을 주고받았다. 내가 기억하기로 앨리스 심스는 옷을 갈아입는다고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며 소리를 질렀다.(145쪽)

그가 나에게 끌리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끌림인지 상세히 묘사해보라고 하면 이렇다 할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그가 나를 좋아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고, 그가 날 좋아하지 않았다는 확신이 들 때도 있다. 때로는 사람들이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 이를테면 천장에 붙은 거미라든가 뺨에 난 사마귀 같은 것에도 끌릴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 눈에는 별거 아닌 작은 일들이 쌓이면서 그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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