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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7-09-19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창비 펴냄

모든 질문에는 일종의 폭력이 내재되어 있다. 질문을 하는 입장이 아닌 받는 입장이 되어서야 그것을 알았다. 인터뷰어로서 답변자에게 질문을 퐁당퐁당 잘도 던지곤 했는데 돌이켜보면 그중 몇은 무례했거나 혹은 질문의 방식이 틀렸던 것 같다. 특히 결혼, 출산 등에 관련한 질문은 대부분 여성을 향한 편견을 품고 있으며 상대에 대한 진심어린 호기심보다는 배려 없는 공격성을 띠고 있기 쉽다.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 “왜 연애를 안 하세요?” “결혼은 언제 해요?” “2세 계획은 없으세요?” 연애 중이든 아니든, 혼인 상태이든 아니든, 아이가 있든 없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타인의 상태에 대해 묻는다. 리베카 솔닛 역시 ‘여성성’을 규정하는 공격성 어린 질문을 자주 받았다. 사람들은 그녀가 이룬 성취와 ‘낳은’ 책에 대해서보다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를 물었고, 출산을 부정하는 삶의 방식이 혹시 유년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비롯되지 않았는지를 추론하기까지 했다. 솔닛은 그런 질문을 하는 이들에게 여성은 다양한 욕구를 가진 여러 여자들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종 전체를 위해 결혼하고 남자를 받아들이고 아기를 내보내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통해 ‘맨스플레인’이라는 말을 한국 땅에까지 유행시킨 솔닛은 후속작인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에서는 2014년 이후 전세계에서 일어난 페미니즘 물결에 대해 정리하며 우리가 스스로 말하는 것, 그리고 침묵당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데이트 폭력, 디지털 성범죄, 여성혐오 살인, 여성을 배제한 문학 작품과 여성 비하와 강간을 소재로 삼는 코미디 등 다양한 주제가 망라되어 있는데, 신기하게도 주제마다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페미니즘 논쟁(무엇이 여성혐오 범죄인가, 영화를 평가할 때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평가해도 괜찮은가 등)에 대한 명쾌한 답변도 얻을 수 있다.

그런 질문 남자한테도 하나요?

나는 그런 식의 질문을 받는 데 무척이나 익숙했다. 십년 전, 내가 쓴 정치 관련 책에 관해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던 자리에서, 나를 인터뷰하던 영국 남자는 내 정신의 산물을 논하는 대신 내 육체의 산물을, 혹은 그 결핍을 논하자고 고집부렸다. 그는 무대에서 내게 아이를 갖지 않은 이유를 캐물었다. 내가 어떤 답을 내놓아도 그는 만족하지 못했다. 그의 입장은 내가 반드시 아이를 가져야 하고 그러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에, 내가 실제로 낳은 책들을 논하는 대신 내가 아이를 낳지 않은 이유를 논해야 한다는 것인 듯했다.(15쪽)

감정이입이란 우리가 타인을 진실되게 느끼기 위해서, 타인을 위해서 느끼거나 타인과 더불어 느끼기 위해서, 그럼으로써 자신을 넓히고 확장하고 개방하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다.(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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