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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뮤즈>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7-10-17

<뮤즈> 제시 버튼 지음 / 이나경 옮김 / 비채 펴냄

1967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영국 런던에 온 오델은 면접을 보러 다닌다. 영민한 그녀이지만 면접에 가면 너나 할 것 없이 ‘방금 사람을 구했다’고 거절 의사를 내보인다. 그녀에게 오는 편지 중에는 노골적으로 검은 우표를 붙인 것도 있다. 오델은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에서 왔으며, 흑인 여성이다. 시간을 거슬러 1936년, 에스파냐 안달루시아에 사는 올리브는 예술학교의 입학 허가를 받지만, 아버지에게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지 못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 화가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미술상이다. 오델과 올리브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또 억압에 익숙해져 스스로도 자신의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런 그녀들을 지지하는 것은 그녀들의 여성 친구들이다. 영국 작가 제시 버튼의 <뮤즈>는 1967년 영국과 1936년 에스파냐에 살던 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남성 예술가들의 뮤즈로만 복무해야 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여성은 왜 남자 작가의 뮤즈로서만 대상화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지적은 더이상 새로운 논의가 아니다. 더구나 <뮤즈>는 작가의 메시지가 전면에 드러나는 구조를 지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이 매혹적인 이유는 화가가 미명인 미스터리한 그림을 둘러싼 사건, 그리고 에스파냐 내전 속에서 각자의 욕망을 향해 치달리는 인물들의 갈등을 시각적으로 그려낸 덕분이다. ‘당신은 내게 영감을 줘요’라며 뮤즈가 될 것을 종용하는 남성 예술가, 그럼에도 연인의 몸에서 길어낸 영감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올리브. 성역할을 전복하는 설정도 쾌감을 주지만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오델과 올리브 주변에서 예술가를 돕는 여성들의 연대와 공모다. 꿈에 대해 방어적인 오델을 향한 퀵(오델의 여성 멘토)의 목소리. “음, 당신이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고, 특별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당신이 쓸 수 있다는 사실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아요. 그러니 걱정은 그만하고 일단 써요.” 꼭 여성이 여성에게 해서 힘을 가지는 게 아니라 쓰거나 그리거나 말하기를 주저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다.

당신은 내게 영감을 줘요

날마다 좋아하는 사람,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사람을 볼 때면 별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신이 제일 나은 사람이라 여기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스스로 별로 재미있지도 않고, 그렇게 똑똑하지도 않은 사람이라고 단정하게 됐다.(59~60쪽)

수세기에 걸쳐 내려온 소설 속에서 여주인공은 욕을 먹거나, 사라지거나, 조각상처럼 침묵한 채 숭배받았다. 대부분 남자 작가들이 쓴 이 소설들은 ‘여성이여, 남성을 경계하고 순결을 소중히 여기라’라는 부제가 붙은 것만 같았다. 올리브는 이 모든 이야기를 잘 알고 있었고, 신경 쓰지 않았다. 관심을 갖지도 않았다.(114~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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