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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아르테미스>, 달에 가서 살아보았더니
이다혜 2018-01-29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앤디 위어는 <마션>으로 큰 성공을 거둔 뒤 전업 작가가 되었다. <아르테미스>는 그가 발표한 신작 소설로 아르테미스라는, 달에 만든 도시에서 살고 있는 재즈 바샤라가 주인공이다.

지금으로부터 70여년 후의 미래. 아르테미스는 아폴로 계획에 참가했던 우주비행사들의 이름을 딴 거대한 버블과 버블 사이를 잇는 터널로 되어 있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를 여럿 보거나 읽어온 사람에게는 놀랄 일이 아니겠지만, 거대한 버블들은 경제 계급을 반영한다. 중앙의 암스트롱 버블을 둘러싼 셰퍼드 버블과 올드린 버블에는 초호화 호텔과 휴양시설이 있다. 애초에 달까지 이주해 살 정도면 돈이 많이 필요하니까. 반면 콘래드 버블의 주요 거주자는 노동자와 범죄자들이다. 재즈 바샤라는 콘래드 버블 거주자로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밀수꾼이다. 아버지도 함께 아르테미스로 이주했으며, 용접공인 아버지에게 배워 용접 기술도 갖추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즈는 아르테미스에서 추방될지도 모르는 위험한 일을 의뢰받는다.

혹시나 궁금하다면 말이지만, 지구는 건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다. 굳이 달을 무대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주인공의 성별이 눈에 띈다. 재즈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여성인데, 아르테미스는 모두가 ‘이주’한 도시다보니 지구의 돈 많다는 사람들이 (그리고 기회를 잡으려는 노동자들이) 대거 모여 살게 된다. 재즈가 어울리는 사람들 역시 지구에서의 출신지는 제각각 다르다. 그리고 달의 중력이 지구 중력의 1/6 정도라는 점을 떠올려보라. 재즈는 지구의 어떤 힘센 남자보다도 액션 영웅에 잘 들어맞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영민한 두뇌는 이미 갖추고 있었고). 앤디 위어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를 쓰면서 재즈와 같은 문화 배경을 지닌 여성과 자신의 어머니를 포함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조언을 구했다고 밝혔다.

재즈가 조금이라도 더 넓은 거주공간, 혼자 쓸 수 있는 욕실을 갈구하는 모습은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모여 사는 모습이야말로 미래, 지구 밖의 신도시를 실감하게 한다. 재즈가 살해당할 위기에서 어떻게 벗어나는지와 같은 스릴러로서의 재미는 지구를 배경으로 한 다른 작품들보다 특별할 건 없지만, 일단 중력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달라진다. 비록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고 작동하는 공간에 대한 설명이 수시로 등장해야 하고 상상을 따라가기도 쉽지만은 않지만 말이다. <마션>의 매력이던, 조금 더 합심해 노력하면 잡을 수 있는 낙관적인 결말에 대한 희망 역시 이 작품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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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가서 살아보았더니 <아르테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