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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김송희 사진 오계옥 2018-04-17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유희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유희경의 시집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에는 시집 이름과 동명의 시가 3편 수록되어 있다. 세개의 챕터는 매번 동명의 시로 시작한다. 세 번째 챕터의 시는 <우리에게 잠시 신들이었던>이니 완전히 동명이라곤 할 수 없겠다. 처음에는 시 속의 ‘신’이 하늘에 계신 그 신인 줄 알았다. 그러나 다른 시편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시인이 호명한 신 앞에 ‘당’이라는 글자가 생략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시집의 온전한 제목은 ‘우리에게 잠시 당신이었던’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어쩐지 당신이라는 글자를 쓸 때에는 그 말이 곰살맞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유희경의 시에서 화자는 호명되지 않는 대신 이인칭들이 등장한다. 당신이다. 이 시집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이 봄, 그리고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내내 다정하고 함께 시간을 나눈다. 그 시간 속으로 봄은 여러 번 온다. 수록시 <합정동>에는 목련이 피고 아무렇지도 않은 가지 위에 핀 목련으로 고양이가 마침내 뛰어내리고, <사월>에는 새순, 하고 발음했다가 꽃잎이 떨어진다. <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는 또 어떠한가. 누군가는 즐거웠고 누군가는 잊혀져갈 그런 밤, 여름의 시작을 떠올렸고 화자는 조금 더 따뜻한 쪽으로 가고 싶다. 심지어 마지막 수록된 시의 제목은 <봄>이다. 마지막 시, 봄에서 손가락으로 열을 세는 동안 더운 바람이 불고 봄이 온다. ‘겨울이었다 언 것들 흰 제 몸 그만두지 못해 보채듯 뒤척이던 바다 앞이었다 의자를 놓고 앉아 얼어가는 손가락으로 수를 세었다 하나 둘 셋, 그리 熱(열)을 세니 봄이었다 (중략) 꽃 지고 더운 바람이 불 것 같아, 수를 세는 것도 잠시 잊고 나는 그저 좋았다.’ 봄에 유희경의 새 시집이 도착했고, 우리는 잠시 좋을 것이다.

어깨가 넓은 사람

그는 어깨가 넓고 튼튼한 사람 / 함께 걷는 사람들과 부딪히곤 하지 /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도 / 사람들은 그의 어깨를 좋아해 / 넓고 튼튼하니까 언제든 도와줄 거야 / 정말 그런지 그렇지 않은지는 / 넘어가자 이야기는 그런 거니까 (34쪽 <어깨가 넓은 사람 - O로부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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