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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이다혜 사진 최성열 2018-06-19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 하라 료 지음 / 권일영 옮김 / 비채 펴냄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는 와타나베가 없다. 와타나베는 죽었고, 탐정 사와자키가 의뢰인을 맞았다. 한해의 마지막날, 한겨울의 신주쿠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 한 여성이 와타나베를 찾아온다. 사와자키는 의뢰인인 이부키 게이코의 의뢰를 듣게 되는데, 내용인즉 거짓 자수를 한 아버지를 도와달라는 것이다. 사와자키는 의뢰에 응한 뒤, 게이코의 아버지가 수감되어 있는 경찰서로 동행하는데 주차장에서 그는 이상한 차를 한대 본다. 그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자리를 앞뒤 바꿔 앉는 사람들의 정체는 곧 알게 된다. 게이코의 아버지 이부키 데쓰야가 호송을 위해 경찰서 밖으로 나왔을 때 총으로 저격당한다. 이부키 데쓰야가 연루된 사건은 대체 무엇일까.

“내가 나 자신을 죄 없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었던 때는 기억나지 않을 만큼 아득히 옛날인데, 그렇다고 해도 그 죄는 경찰관에게 이러니저러니 하는 소리를 들을 만한 건 아니었다.” 사와자키의 독백처럼, 그의 삶은 정의의 사도보다는 악당쪽을 닮아 있는 듯하다. 하라 료의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에서 악당이란 주로 폭력단을 뜻하는데, 폭력단보다 돈을 훨씬 덜 번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분간하기가 어렵다. 몹시 추운 날 신주쿠역에서 메밀국수를 먹고 사무실까지 걸어가다가 폭력단 사람의 접근을 받는 장면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 장면에서 사와자키는 죽은 와타나베가 연루되었던 각성제와 현금 강탈 사건의 피해를 입은 폭력단 소속 인물로부터 따라오라는 말을 듣는데, 저항하는 듯하다가 결국 그들의 차에 탄다. 차는 프레지던트였고, 차 안의 온도는 그가 예상한 것처럼 ‘화가 날 만큼 온도가 쾌적’했다는 식이다. 하드보일드 장르의 마초 히어로. 고독하고 거칠고 이상한 유머 감각을 갖춘 남자. 할 일이 없을 때면 바둑 수칙을 변형한 탐정 수칙을 복창하며 시간을 때우는 남자. 그는 자기가 원하는 수를 관철시켜 판을 끝낸다.

하드보일드의 정수

“누가 하시즈메 소식 따위를 물었나?” 나는 잠깐 생각한 뒤 말을 이었다. “사가라. 넌 아무래도 이 에노키라는 분에게 내가 하시즈메라는 분과 아는 사이라는 냄새를 풍겨 내 태도가 좋지 않은 걸 얼버무리려고 하는 모양이군. 쓸데없는 짓 하지 마. 난 하시즈메를 버러지라고밖에 생각하지 않고 하시즈메는 나를 틈만 나면 죽이고 싶어해. 우리는 그런 사이야.” “넌 형님을 오해하고 있어.” “뭐라고? 내가 뭘 어떻게 오해한다는 거지? 폭력단 주제에 뭘 어떻게 이해해달라는 건가.”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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