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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호르몬의 거짓말>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18-10-23

<호르몬의 거짓말> 로빈 스타인 델루카 지음 / 황금진 옮김 / 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 펴냄

“오늘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 한번쯤은 들어봤을 성차별 질문이다(물론 이 질문을 정말 궁금해서 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심리학 박사 로빈 스타인 델루카의 <호르몬의 거짓말>은 우리가 그동안 ‘팩트’라고 믿어왔던 여성 호르몬에 대한 생각을 ‘그건 주입된 편견일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여성이 우울하고 건강하지 못한 건, 호르몬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 때문”이라고 말이다. 이 책의 바탕이 된 저자의 테드 강연 ‘생리전증후군에 관한 희소식(The good news about PMS)’은 130만 조회수를 넘기며 전세계 여성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그렇다면 ‘여성은 호르몬 때문에 불안정하다’를 정설로 생산하고 퍼트려 이익을 얻는 이들은 누구인가. 저자는 호르몬 신화가 가부장제를 떠받치고 있으며, 의료업계가 이를 돈벌이로 이용한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정설을 전복하는 주장에는 연구 결과가 따른다. 여성 호르몬에 대한 인식을 주입받지 않은 초경을 겪은 여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65쪽) 등을 통해 저자는 생리 전후의 정서를 결정짓는 것은 호르몬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태생적 요인으로 여겨졌던 호르몬보다 생리에 대한 주변 갈등이 여자아이들의 몸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생리전증후군’ 역시 마찬가지다. 학자들마저도 누구는 증상이 다섯개 이상, 누구는 세개 이상 있어야 ‘생리전증후군 환자’로 분류한다. 놀랍게도 연구 결과 ‘생리전증후군에 대한 추정치는 여성의 5%에서 97%’ 사이였다고 한다. 5%에서 97%라니, 이는 이 증상을 겪는 사람이 아무도 없거나 거의 모두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걸 과연 ‘과학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는 생리 중인 여성을 ‘잠재적 환자’로 분류하고 있으면서도 생리전증후군의 기준에 대한 표준화가 부재함을 증명한다.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으로 다르잖아.” 성차별의 합리화를 위해 호르몬을 이용해왔던 이들이 이 책을 읽길 바란다.

한달에 한번 바보가 된다는 오해

매달 생리 시기에 일어나는 생식호르몬 변화는 여성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지적 기능, 공간 기능, 운동 기능, 기억력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호르몬 수치의 월별 변화는 대부분 여성들의 기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체로 여성이 남성보다 기분 변화가 더 심한 것도 아니다.(350~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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