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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그냥 그림들을, 글을 따라가며 상상하시기를
이다혜 2019-06-24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 막스 에른스트 지음 / 이모션북스 펴냄

막스 에른스트의 1929년작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흑백무성영화를 종이에 구현한 듯한 책이다. 화집인가? 그림 아래에 적힌 짧은 문구는 해설인가 제목인가? 그림과 문장간에 관계가 있기는 한가? 페이지의 배열은 앞에서 뒤로 흐르는 내용인가? 챕터를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 답을 쉽게 구하기 어려운 질문을 던지며 한 페이지씩 넘겨본다. 영화가 존재하기 전에 이야기를 상상하는 법은 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상징이 가득한 그림이 있고, 화두와 같은 문장이 존재한다. 책 뒤표지에는 이런 표현으로 이 책을 설명한다. “막스 에른스트는 ‘콜라주 소설’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도를 통해 초현실주의의 정수를 담아내면서 동시에 시각성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상상력이 있는 이들에게야 비로소 이 책은 열리리라는 사실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정의를 통하고서야 창작물을 접할 용기를 내는 이들에게는 절망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하는 책이기도. 초현실주의 동지 중 하나였던 앙드레 브르통이 서문을 썼으며 번역자의 글이 말미에 해설을 돕는다. 다만, 그냥 그림들을, 글을 따라가며 상상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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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림들을, 글을 따라가며 상상하시기를 <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