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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송희 사진 최성열 2019-07-16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펴냄

진일보한 기술이 인간을 소외시키고, 비주류에 대한 경계를 강화시키며 이주민, 장애인,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공고히 하는 데 이용되는 것은 어째서일까. 김초엽의 소설집에서는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고민들을 마치 전혀 다른 가상의 것처럼 미래 공간 속에 흩뿌려놓는다. 그것은 유토피아처럼 포장되어 있는 디스토피아이고 때론 다른 행성과 다른 시간대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서술됨에도 근미래에 우리에게 일어날 일처럼 느껴져 공허하고 슬픈 정서를 품고 있다.

특히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과 <나의 우주 영웅에 대하여>의 주인공들(정상성을 요구하는 세상에 맞서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억압을 헤치고 나가는 여성들)의 서사에는 다수의 여성 독자들이 ‘나’를 대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무도 응원하지 않는 도전을 하며, 망망대해에서 나 홀로 분투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수순처럼 실패한다. 그녀들은 실패할 줄 알면서도 거기에 도달하기 위해 손을 뻗은 첫 번째 사람들이다. 너는 왜 정상이 아니냐고, 남들처럼 살 수 없느냐고, 계속 그렇게 혼자 삐뚤게 나가면 우리는 너를 계속 소수자로 둘 거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그들은 자기만의 실패의 역사들을 쌓아가고 ‘정상성’ 밖에서 또 다른 대안을 끝내 찾아내고야 만다. 아득한 우주에서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꿈꾸는 할머니 과학자 안나(<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자신을 의심하고 스캔들을 가공하는 시스템 속에서 꿋꿋하게 한 걸음을 내딛고 다음에 올 소녀들에게 우주의 풍경을 열어준 재경(<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죽은 엄마의 인덱스를 되살리며 ‘엄마’와 ‘여성’ 사이에서 지워졌던 엄마의 기록을 찾아내는 지민(<관내분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것은 타인을 이해하고 끌어안았던 사람들이 미래에서 보낸 편지다.

너를 응원해

재경은 수많은 소녀들의 삶을 바꿨을 것이다. 최후에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재경이 바꾸었던 숱한 삶의 경로들이 되돌려지는 것은 아니다. 가윤이 바로 그 증거 중 하나였다. 가윤은 한때 재경을 보며 우주의 꿈을 꾸던 소녀였고, 이제 재경 다음에 온 사람이었다.(<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 3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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