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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알로하, 나의 엄마들>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오계옥 2020-04-21

이금이 지음 / 창비 펴냄

1917년 일제강점기 경상도 어진말에 사는 18살 버들이에게 중매가 들어온다. 훈장이었던 아버지가 의병으로 죽은 후 끼니를 걱정하며 살던 버들 애기씨에게 들어온 선 자리는 무려 태평양 건너 포와(지금의 하와이)의 낯선 사내다. “거 포와를 낙원이라 안 캅니꺼. 거 가기만 하면 팔자 피는 기라. 애기씨 거 가면 공부도 할 수 있습니더.”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하는 ‘사진 결혼’ 이건만 버들은 미국서 공부도 하고 영어도 배울 수 있다는 중매쟁이의 말에 혼례를 받아들인다. 혼인한 지 석달 만에 과부가 되어 집에만 갇혀 살던 버들의 친구 홍주, 무당 손녀라고 돌팔매질 당하던 송화까지, 세명의 소녀는 ‘여기보다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거란 기대를 품고 포와를 향해 길을 떠난다. 부푼 꿈을 품고 이국땅에 도착했지만 이들이 마주한 것은 사진보다 서른살은 더 들어 뵈는 신랑감과 아시안을 향한 일상적 차별, 그리고 허리 펼 새 없이 이어지는 노동이다. 더구나 버들의 남편은 첫사랑을 잊지 못해 쌀쌀맞기가 이를 데 없고, 홍주의 남편은 서른여섯이 아니라 마흔여섯이었고 송화의 남편은 하와이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인 술꾼이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세대 이민자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 시절 할머니, 우리 엄마들의 고된 삶을 따스한 시선으로 보듬는 소설이다. 조선에서 포와까지, 이들의 여정이 시작할 때부터 책에는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 내 딸은 나와 달리 살길 바라며 길을 터주는 것도 어머니이고, 이국에서 어떤 고난이 닥쳐도 “내는 그래도 여서 살아볼란다”라며 팔을 걷어붙이는 것도 여성들이다. 버들이 엉엉 울 때 안아주는 것도 이웃의 언니들이고 송화가 정신 줄을 놓을 때마다 그를 구원하는 것도 친구 버들과 홍주다. 하와이의 붉은 땅 위로 쏟아지는 햇볕보다 더 뜨겁게 미래를 향해 전진했던 여성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연대하며 살아남았는지를 생생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영상을 보듯 눈앞에 그려지는 당시의 풍경이 스치면서 읽고 있으면 가슴이 뻐근해지는 여운을 남긴다.

호놀룰루의 바람

“내사 마 조선에 돌아갈 맘 없다. 여서 내 딸들 맘껏 핵교 보내고 자유껏 살 기다. 조선한테 쥐뿔 받은 기 없지만서도 내가 와 발 벗고 나서는가 하면 고향 떠난 우리한테는 조선이 친정인 기라. 친정이 든든해야 남이 깔보지 못한다 아이가. 일본인 노동자들이 툭하면 파업하는기 우째서겄노. 힘센 즈그 나라가 뒤에 떡 버티고 있어가 노동자들이 하올레하고 맞짱 뜰 수 있는 기다.”(203~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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