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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지식인의 두 얼굴>, 지성이란 무엇인가
이다혜 2020-05-04

폴 존슨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열여섯의 나이에 열아홉이었던 그와 결혼한 해리엇은 성공한 상인의 딸이었으며, 그의 동생의 친구였다. 그의 집안 역시 몹시 부유했으며 그는 여동생 넷이 있는 외아들로 자라났다. 심지어 똑똑해서 그는 12살이던 해에 이튼에 진학해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의 부모에게 그는 “창조주 같은 존재”였다. 여동생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신론자였던 그는 학교에서 의도적인 도발을 감행해 예상대로 퇴학당하자 아버지에게 매년 상당액의 용돈을 받는 협상을 이끌어냈다. 이즈음 그는 해리엇과 결혼했다. 어머니가 자신의 편으로 넘어오지 않자, 여동생의 남편감이 어머니와 불륜관계라는 아무 근거도 없는 편지를 어머니에게 쓰기도 했다. 가족들은 그의 난폭함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속한 집단의 남자들은 “여성들을 공유하는 생활을 추구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여동생들은 그런 생활을 꾸리기 위한 자연스러운 후보였다.” 그의 가족은 이제 딸들을 맏아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당연히 그는 여자들과 어울려 살기가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는 완전히 둔감한 예민한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는 하이드파크의 연못에 빠져 죽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는 존경하는 학자와 최초의 페미니스트의 딸인, 열일곱살의 메리와 연인이 되었다. 그는 메리와의 사이에서 네 아이를 얻었고 세 아이는 어려서 죽었는데 그중 한 아이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그는 또한, 메리의 의붓동생과의 사이에서도 아이를 얻었는데, 그 아이는 고아원에 내다버렸다. 이것은 시인이자 <프랑켄슈타인>을 쓴 메리 셸리의 남편이기도 했던 퍼시 비시 셸리의 이야기다. 그가 이탈리아에서 배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다 죽은 뒤 메리 셸리는 아들 퍼시를 데리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아들의 영민함을 칭찬하자 메리가 했다는 말이 이 챕터의 마지막 문장이다. “난 저 애가 보통 사람으로 자라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빌고 있어.” 영국 역사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폴 존슨의 <지식인의 두 얼굴>은 주로 19세기와 20세기의 지식인들을 보여준다. 폴 존슨은 단호하게 이 남성 지식인들의 자의식 과잉과 공감 능력 부족, 주변 여성들에 대한 지속적인 착취를 적어내려간다. 헨리크 입센, 레프 톨스토이, 에드먼드 윌슨 등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엄청나게 재미있으며 이들이 다 죽었기에 망정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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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의 두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