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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진영인 2020-08-18

이길보라 지음 / 문학동네 펴냄

학교를 졸업한 지 까마득한 나이지만, 여전히 제도권 교육을 뛰쳐나간 삶이 어떤지 잘 모른다. 아마도 그 삶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을 넘어서서 개인의 정체성에서 큰 몫을 담당한다. 뒤집어보면, 학교를 떠난다는 것 또한 큰 정체성이 된다는 말이리라. 이길보라 감독의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는 말그대로 학교를 떠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배움의 궤적을 몸으로 그려나가며 제 삶을 만드는 용기 있는 여정을 담았다. 어려서부터 ‘꼬맹이 통역사’로 청각장애인 부모님의 의사소통을 담당하여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겪은 이길보라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학교를 나가 동남아시아로 배낭여행을 떠난다. 이후 작업자로서의 경험을 계속 쌓아가는 한편 한국의 예술대학을 다녔지만 새롭고 자유로운 사유,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경험은 네덜란드 필름아카데미에서 얻게 된다.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운데 예술을 꿈꾸며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길보라 감독이 지속 가능한 예술가의 삶을 고민하며 크라우드 펀딩을 받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해외 유학 과정을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 과정에 남다른 인상을 받으리라 생각한다. 과거나 지금이나 극소수의 예술가를 제외하면 생활이 안정된 경우는 드물고 매시기 예술가로 어떻게 살아남을지 계획을 짜야 하니 말이다. 변화무쌍한 네덜란드 날씨와 낯선 생활에 적응해나가고 또 영어로 자기의 의견을 말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감독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튼튼하고 강인한 청춘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뒤집어보면 이런 청춘이 한국 사회에서는 장애인 자녀라는 이유로 크고 작은 차별을 겪어야 하며, 예술가 펀딩을 요청한다는 이유로 ‘종북’이냐는 댓글을 받는다. 이 간극을 어쩌면 좋을까. 한편 유학생의 삶에서 고된 순간 가운데 하나가 아이러니하게도 부모님이 방문하여 함께 여행을 떠난 시간이었으니 아무리 사이좋은 가족이라도 단체 패키지 없이 자유여행으로 떠나면 무조건 힘들다는 한국적인 생활 교훈도 잠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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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와 경계 사이를 오가는 일. 그건 거리를 두고 지금의 나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 한다.”(9쪽)

“민감하고 까다로운 사람들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한국이었으면 좋겠다고 백만번 생각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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