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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미국식 결혼>
김송희(자유기고가) 사진 백종헌 2020-10-20

타야리 존스 지음 /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펴냄

우리는 흔해빠진 부르주아 니그로 부부는 아니다, 라고 로이는 설명하지만 이 부부에게 유성이 날아와 삶을 산산조각 내기 전까지 사실 이들은 그런 삶을 기대하는 흑인 부부였다. 남편 로이는 직장에서 나름 정력적으로 일하며 매해 연봉 상승을 기대하는 미래가 창창한 남자였고, 아내 셀레스철은 손바느질로 만든 고급 인형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는 아티스트다. 인종차별으로 인한 갈등보다는 생각 차이로 인한 잦은 말다툼과 고부 갈등이 일상에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날도 있었다. 결혼 1년차, 로이의 부모님을 방문한 이들은 밤이 깊어 근처 호텔에 묵고 다투게 된다.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다는 로이의 느닷없는 고백에 셀레스철은 배신감을 느낀다. 다툼 후 잠시 방 밖으로 나온 로이는 몸이 불편한 중년 여성을 도와주게 되고, 그 선의가 부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로이는 강간 혐의를 받게 되고, 피해자 지목으로 법정에서 12년을 선고받는다. 로이는 흑인이었고, 잘못된 시간에 잘못된 장소에 있었다. 그 사건을 소설은 ‘유성이 날아와 우리의 인생을 박살냈다’고 표현한다. 로이는 수감된 후 셀레스철과 주고받는 편지에서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헉스터블(미국 시트콤 <코스비 가족>의 주인공 가족으로, 중상류층의 세련된 삶을 사는 흑인을 일컫는 대명사) 같은 삶을 살았어. 하지만 지금 우린 어디에 있지? 네가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그런데 ‘우리’는 어디에 있지?”(99쪽) <미국식 결혼>은 오바마 전 미 대통령, 오프라 윈프리, 빌 게이츠 등의 명사들이 추천하며 찬사를 쏟아낸 소설이다. 인종차별이라는 사회적 이슈와 젊은 연인의 사랑이 빛바래는 과정, 가족과 친구가 계급 안에서 관계 맺는 방식에 이르기까지 감각적인 문체로 서술된다. <미국식 결혼>은 마치 인간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명문장들로 짜여진 퀼트 같다. 미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흑인 문화와 드라마, 은유적인 언어들이 무수히 등장하며, 친절한 번역과 주석으로 한국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정확한 사랑의 표현

우리는 필요한지 몰랐던 것을 누군가로부터 정확히 필요한 방식으로 받고 나서야 그것이 필요했음을 깨닫는다.(2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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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추천도서 <미국식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