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BIAF Daily > 제 24회(2022) > 2022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BIAF 4호 [인터뷰]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 더 입체적이고 더 깊이 있는 완전판
이자연 사진 최성열 2022-10-24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 인터뷰

2017년 개봉한 <이 세상의 한구석에>가 완전판으로 돌아왔다. 전작보다 40분 가량의 분량을 늘려 원작 만화에서 생략된 부분을 더한 것. 이에 따라 인물들은 더 입체적으로 변모하고 스토리 구성은 더 깊어졌다.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 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관객을 찾은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에게 이미 완전해 보이는 세계관을 확장시킨 이유와 그 과정의 면면을 물었다.

- <이 세상의 한구석에>로부터 40분 가량의 분량을 늘려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를 내놓았다. 두 작품은 어떤 차이가 있나.

= 보통 이런 식의 작업을 디렉터스 컷이나 감독판이라고 명명하겠지만 그런 경우 편집만 다르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스토리나 인물의 성격과 태도 등이 바뀌면서 전혀 다른 작품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인물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애니메이션 또한 중심 캐릭터를 잡고 밀고나가기 때문에 그 역할과 성향이 명확하게 나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전작과 다른 방향으로 주인공을 바라보고 수정해 나갔다. 예를 들어 <이 세상의 한구석에>에서 주인공 스즈와 그의 남편 슈사쿠가 평범하게 만나서 결혼한 사이 좋은 부부로 그려지지만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는 슈사쿠에게 따로 결혼하고 싶은 여성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여성과 스즈가 사랑의 연적이 아니라 친구처럼 가까워지면서 새로운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제41회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심사위원 특별상, 2017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국제경쟁 장편부문 대상 등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다양한 수상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완전판(만화·게임 등 작품에 살을 붙여 재판하는 형태 중 하나)을 개편하기로 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 코우노 후미요의 원작 <이 세상의 한구석에>는 분량이 상당히 긴 장편 만화다.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 때 한정된 시간 때문에 곁가지를 많이 쳐내야 했다. 그런데 생략된 부분을 다시 부활시킨다면 또 다른 작품이 나올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일종의 실험이었다. 주인공 스즈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 18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한 스즈가 시댁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다양한 일상을 보여준다. 가족주의적 면모가 강하게 느껴진다.

= 그 가족주의적이라는 말이 항상 긍정적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잖나. 나도 그 말의 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스즈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시댁은 스즈를 챙겨주지만 마치 우리 집에서 일하는 노동자처럼 여기는 모습이 보인다. 나중에 스즈가 원형 탈모 증상을 보이는 이유도 새 가족에 적응해 가면서 생기는 스트레스에서 비롯한 거다. 다만 시간이 흐를 수록 집안을 스즈와 슈사쿠 부부가 주도적으로 통솔하면서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로 시대가 넘어가고 있단 것을 알 수 있다.

- 작은 사물 하나에도 역사적 고증이 뚜렷하다. 어떤 사료를 참고했나.

= 옛날 잡지를 수집하는 친구 한 명이 있다. 그 잡지들을 빌려 보았는데 그 중에서도 광고란을 많이 참고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제품 이미지를 상세하게 보여주고, 또 어떤 기능이 있는지를 매력적으로 어필한다. 그 정보를 통해 당시에 어떤 기능이 필요했는지, 어떤 기능이 최신식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또 무슨 재료로 집을 짓고, 어떤 소품을 방에 들여놓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 영화는 매달 벌어지는 이야기를 시간순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구획을 나눈 이유가 있다면.

= 전쟁 기간이 짧지 않은데 현대인은 그 시기를 그냥 전쟁이라는 말 한 마디로 통합해버린다. 역사 안에 장기화된 전쟁이 있으면 같은 사건이 일직선으로 쭉 이어졌다고 여기지만 그렇게 뭉뚱그려 표현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대의 사람들에겐 매일매일 다른 일이 벌어졌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 사람 대부분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사람들이 고무줄 바지를 입고 지낸다고 알고 있었다. 나도 그랬다. 그런데 자료를 보니 어떤 계절엔 입고 또 어떤 계절엔 안 입었다고 하더라. 계절이나 기후에 관련된 일상적 변화가 뚜렷했다. 사람들은 고무줄 바지를 전쟁 내내 입고 있던 의복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론 세세한 기준으로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재하고 있었다.

- 주인공 설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스즈는 영웅적인 모습을 띄진 않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보는 낙천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자기고집이 강해서 답답한 구석도 있다.

= 원작 만화에도 잘 드러나 있지만 스즈는 세상 물정 모르는 인물을 대변한다. 그래서 당시 일본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곧이 곧대로 믿어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식량 수급이 어려워지자 정부에서 알려준, 1인분 식재료를 3인분으로 불리는 방법을 바로 따라하지만 영 맛이 없고 또 패전에 이르렀을 땐 전쟁의 실상을 잘 모르면서 우리가 모든 것을 잃었다며 눈물짓기도 한다. 그 시대의 보편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다.

- 영화 속에서 음식 만드는 섬세한 장면이 인상적이다. 유튜브에도 ‘일본 애니메이션 음식 장면 모음’ 이라는 다양한 클립 영상이 올라와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는데, 실제로 이런 영상들이 일본을 향한 문화적 관심과 호기심으로 전환돼 예상치 못한 관광 수익 효과를 낸다고 한다.

= 체감한다. 실제로 멕시코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팬을 만났는데 그 분이 일본 우동을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고 하더라. 우동을 위해…. (웃음)아무래도 미지의 음식인데 요리 과정부터 맛있게 먹는 장면까지 나오니까 궁금증을 자극하는 게 아닐까.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