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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1호 [기획]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진심으로 추천한 영화들 2
이주현 2021-10-06

박가언 프로그래머 추천작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Captain Volkonogov Escaped/나타샤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추포브/2021년/127분/월드 시네마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많은 영화를 가져오진 못했지만 러시아 영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한 해였다.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부부가 공동연출한 영화로 두 번째 공동 연출작인 <모두를 놀라게 한 남자>가 부산국제영화제 플래시 포워드에 초청된 바 있다. 이번 영화는 이야기가 강한 추격 스릴러물이다. 장르 영화 팬들도 좋아할 만한 빠른 전개와 속도감이 돋보이는 가운데 섬세한 심리 묘사도 놓치지 않는다.

디저티드/Deserted/카드리 크뢰우사르/2021년/92분/월드 시네마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디저티드>는 그야말로 논쟁적이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기는 영화다. 중동에서 피랍된 스웨덴 사진작가와 팔레스타인 납치범의 위험한 러브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익숙한 드라마와 아름다운 촬영과 화면을 바탕으로 외로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팬데믹으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진행된 요르단 올 로케이션의 아름다운 화면들이 시선을 앗는다.

정한석 프로그래머 추천작

컨버세이션/ The Conversation/김덕중/한국/2021년/12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도전적인 내러티브 형식을 보여준다. 길이가 매우 긴 몇 개의 장면들로 이루어진 영화인데 이를 조직하는 세련된 기술이 돋보인다. 장면들이 쌓일수록 관객이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내러티브를 작동시키게 되어 있다. <에듀케이션>에 이어 김덕중 감독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만인의 연인/ Nobody's Lover/한인미/한국/2021년/137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드라마 트루기를 철저히 따르고 있는 영화이지만 그 구성의 방식과 만듦새가 남다르다. 주인공들을 다루는 감독의 태도도, 주인공들의 세계관에 영향을 끼치는 화면 속 풍경이나 사람들과의 관계가 특별히 풍요롭다. 고도의 형식미를 자랑하는 섬세하고도 대담한 성장담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Hot in Day, Cold at Night/박송열/한국/2021년/90분/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박송열 감독의 전작 <가끔 구름>보다 서툰 지점은 줄어들었고 자신이 갖고 있는 독창적인 유머는 훨씬 날렵해졌다. 감독이 직접 출연하고, 부인도 함께 나온다. 두 사람이 감독, 연기, 프로듀싱을 동시에 하면서 굉장히 기이한 웃음의 도덕극을 펼친다. 올해 비전 부문의 작품들 중에서도 독특한 위치에 놓인 영화다.

강소원 프로그래머 추천작

야생 토마토의 맛/Taste of Wild Tomato/라우 켁 후앗/2021년/124분/다큐멘터리 경쟁

1947년 대만 가오슝의 2.28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본토 외성인들과 국민당 정권의 폭압에 맞서 일어난 민중봉기는 대량학살로 이어졌고 이후 40년간 침묵을 강요당했다. <비정성시> 이후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야생 토마토의 맛>은 거기서 다시 다음 세대를 말한다. 실제 희생자들이 세상을 거의 떠난 상황에서 후대의 기억들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관찰하는 이 영화는 역사적인 트라우마를 중심에 놓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선보인다.

206: 사라지지 않는/206: Unearthed/허철녕/2021년/93분/다큐멘터리 경쟁

역사와 기억에 대한 고민은 국가를 초월하여 발견된다. 허철녕 감독의 <206: 사라지지 않는>은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의 3년간 현장을 촬영한 기록이다. 얼핏 심심하고 단조로워 보일 수 있지만 그 일관된 스타일이야말로 영화가 망각에 저항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이런 종류의 진실 앞에선 거창한 의미부여나 장황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Ladies Only/레바나 리즈 존/2021년/82분/다큐멘터리 경쟁

인도영화에 대한 몇 가지 고정관념이 있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매우 다양한 방식의 영화가 만들어진다. <여성 전용 객차에서>는 인도 안의 또 다른 인도, 여성들의 공간을 중심으로 질문을 던진다. 여성전용 객차에는 주부, 대학생, 직장 여성 등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여성들이 모여 있다. 이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삶과 꿈에 대해 다채로운 목소리를 발한다. 장르영화가 재현하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가 아닌 자기 삶의 주체로서의 진짜 인도 여성들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매우 시네마틱한 순간들을 자아낸다.

정미 프로그래머의 추천작

커뮤니티 프로그램 중 ‘블라인드영화제: 정듀홍’을 추천한다. 시네필들이 모두 센텀시티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인지, 첫해는 기대보다 흥행하지 못했다. (웃음) 시네필들이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있다, 게토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영화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축제의 공간에 모여 함께 영화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흩어져 있으면 외로운데, 만나서 연결되면 할 수 있는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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