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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6호 [프리뷰] 웨스 앤더슨 감독, \'프렌치 디스패치\'
남선우 2021-10-11

<프렌치 디스패치> The French Dispatch

웨스 앤더슨/미국/2021년/107분/아이콘

온갖 이야기가 제멋을 갖추고 집결한 평면. 이 고색창연한 표현에서 스크롤 내리는 속도보다 책장 넘기는 감촉을 떠올린 독자가 있다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에 마음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가 <개들의 섬>을 돌아 3년 만에 다다른 곳이 1950년대 프랑스의 잡지사 <프렌치 디스패치>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문예지 <뉴요커>에 영감을 받아 구상한 가상의 공간은 앤더슨의 영토답게 오밀조밀하다. 네모반듯한 쪽지들이 파스텔 톤 벽에 열 맞춰 있고, ‘울지 말라’ 는 표어가 천장에 닿을 듯 뻗어 있다. 영화는 잡지를 여닫는 소소한 코너들과 세편의 기획 기사로 이뤄지는데, 이 또한 흑백과 컬러,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페이지들로 엮였다. 담당 기자는 해당 꼭지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꽂힌 세상 한구 석을 선보인다. 그들은 무려 틸다 스윈튼, 프랜시스 맥도먼드, 제프리 라이트. 감독은 베니시오 델 토로, 레아 세두, 티모시 샬라메에게 각각 화가, 뮤즈, 청년 논객의 자리를 내줘 취재원으로 만든다. 화려한 출연진과 캐릭터들을 잡지 한권에 꿰는 실은 글 짓는 인력들 사이에 내재된 긴장과 흥분이다. 편집은 타협의 연속이고, 감탄도 그냥 뱉어지는 법이 없다. 고민과 고집의 문장들은 기어이 타인의 삶을 옮기는 일에 대해 곱씹게 한다. 어쩌면 영화는, 그리고 잡지는 “세상 모든 아름다움은 저마다의 깊은 비밀을 간직한다”고 말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웨스 앤더슨은 늘 그랬듯 아주 복잡하고도 사랑스러운 화법으로 물음표를 동동 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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