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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브래드 피트 없었으면 어쩔 뻔 '로스트 시티'
김성찬 2022-04-27

고고학자 남편을 잃은 후 탐험을 소재로 한 로맨스 소설을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로레타(산드라 블록)는 죽어도 싫은 게 하나 있다. 바로 북투어다. 그녀는 학문적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는 처지에 로맨스 소설로 성공한 일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여기에 책 표지 모델이 얻은 필요 이상의 대중적 인기는 더더욱 마뜩잖다. 대중에게 로맨스 장르를 넘어선 지적 반응을 기대하는 로레타는 북투어 행사장에서 관객이 표지 모델 앨런(채닝 테이텀)의 수려한 외모에만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 한심할 뿐이다. 그러잖아도 행사를 위해 몸에 착 달라붙는, 스케이팅 모범생이 입을 만한 반짝이 옷을 입어 곤욕스러운 터였던 로레타는 행사장 밖에서 투덜거리며 차를 기다리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된다. 납치를 사주한 사람은 언론 재벌 아비가일 페어팩스(다니엘 래드클리프). 그는 그녀가 소설에서 대서양의 한 섬에 있었던 고대 왕국의 상형문자를 해독했음을 알아내고 그녀에게 왕국이 숨겨놓은 보물의 위치가 적힌 상형문자의 해독을 요청한다. 로레타가 제안을 거절하자 아비가일은 그녀를 섬으로까지 데려가 감금시키고서 재차 판독을 강요한다. 한편 그녀가 납치되는 상황을 목격한 앨런은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자 현재는 명상 트레이너인 잭(브래드 피트)에게 함께 그녀를 구출하자고 말한다.

<로스트 시티>는 코미디를 기반으로 탐험, 액션, 로맨스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뒤섞어놓은 작품이다. 혼합의 방법론은 소설과 영화를 포개어놓는 것이다. 영화 시작을 포함해 종종 로레타와 앨런은 소설 속 주인공 커플로 분해 나온다. 또 소설의 탐험 모티프가 영화에서 현실로 이뤄지기도 한다. 극중극이라기보다 극과 극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모양새다. 다만 이러한 형식은 모두 코미디에 복무하기 위한 장치일 뿐으로 대단한 형식적 실험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영화 중반까지 이어지는 코미디는 발군이라 할 만하다. 북투어가 기껍지 않은 로레타의 마음과 상반되게 나아가는 상황을 둘러싼 인물의 행동과 발언이 웃음을 유발한다. 몸에 꼭 끼는 의상을 입어 착석이 곤란해 보이는 로레타가 의자에 앉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꼴을 보여주거나, 자신을 구하러 온 잭을 보고서 왜 이리 잘생겼냐고 묻는 대사 등이 그렇다. 또 앨런은 잭 못지않은 신체 조건을 지녔음에도 도움은커녕 과시만 하다가 제풀에 넘어지기 일쑤고 무지함을 드러내는 말을 연발한다. 앙리 베르그송이 유머는 신체의 경직된 움직임이 반복될 때 발생한다고 말했던 것에 비춰볼 때 불편한 옷을 입고 있는 로레타와 구출의 액션을 발휘하기 힘든 바캉스 근육을 장착한 앨런의 움직임은 웃음을 유발하는 데 최적의 조건이다.

그러나 영화 중반 이후로 코미디의 기세는 확 꺾인다. 빈자리를 메우는 건 타인을 향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드라마다. 이 대목은 굉장히 전형적이다. 로레타가 보기에 앨런이 표지 모델 ‘대시’에 심취해 있는 모습이 불만스럽지만, 앨런은 자기의 과거사를 들춰내며 대시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것 아니냐며 반문한다. 매사에 시니컬한 태도는 상부한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앨런의 지적에 로레타는 쉽게 반박하지 못한다. 이처럼 반목하던 그들이 왕국의 보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코미디를 희생하면서까지 내놓은 이 드라마가 매우 관습적이라고 마냥 비판하기는 주저된다. 이 작품은 분명한 목적을 바탕으로 철저히 계획된 대중 상업영화인 점을 고려하면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전복적이거나 독립적인 성과를 달성했는지보다 기존 장르의 장점을 잘 구현했는지가 더 관건일 테다. 그런 점에서 <로스트 시티>는 탐험과 로맨스를 품은 유사 작품을 넘어서는 진보가 아니라 연장에 가깝지만, 결과물은 준수한 편이다.

CHECK POINT

비중 큰 특별출연

특별출연한 브래드 피트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특수부대 출신의 명상 트레이너라는 배역은 전작 <번 애프터 리딩>에서 연기한 스포츠센터 직원을 떠오르게 한다. 특히 그가 구사하는 코미디는 그의 웅얼거리는 말투에서 비롯되는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서 맡은 엘도레인 소위의 말투와 유사하다.

리메이크 혹은 리부트?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1984년작 <로맨싱 스톤>과 닮은 점이 많다. 이 작품은 성공한 로맨스 소설가가 납치된 언니를 구하러 콜롬비아로 떠나고, 거기서 보물을 쫓는 악당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모험을 그린다. 납치된 언니의 극중 이름인 ‘메리 엘렌 트레이너’와 브래드 피트 역의 ‘잭 트레이너’가 연결된다.

붉은 용암과 초록빛 정글

고대 왕국의 전설이 깃든 섬으로 언급된 곳은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용암과 정글의 천연 풍경을 자랑한다. 또 상형문자로 ‘끝없는 눈물의 우물’로 지칭된 곳이자 보물 ‘붉은 왕관’이 있는 장소로 가는 골목의 동굴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자리한 파인우드 스튜디오가 구현한 부분별 세트의 이미지를 조합해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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