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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충청 조폭은 처음이지? '봄날'
김성찬 2022-04-27

한때 충청 지역에서 힘깨나 쓰던 조직폭력배 호성(손현주)은 출소한 지 얼마 안돼 부친상을 당한다. 상중의 슬픈 분위기만큼이나 그의 삶도 지리멸렬하다. 조직을 위한 일이라 여겨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조직의 후배는 복귀를 바라는 호성을 무시하고, 가족은 장례식장에 진을 치고 있는 불량배를 이유로 눈치를 준다. 장례도 무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장례지도사가 일러주는 절차는 성가시기만 하고, 예비 사위를 포함한 일반 조문객은 장례식장의 험악한 분위기를 피해 일찍 자리를 뜬다.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탓인지 심각한 두통에 시달리던 호성은 돈을 세던 불량배의 모습을 보더니 부의함으로 향한다.

호성이 조직폭력배라는 점과 장례식장에서 으레 목격할 수 있는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보자면 <봄날>은 생활형 조폭영화의 연장선 같다. 그러나 영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마치 기록이라도 하겠다는 듯 영화가 나아가는 속도에 비례해 시신을 염하고, 조문객을 맞이하며, 매장하기까지 장례의 모든 절차를 충실히 보여주는 일이 생경한데, 가벼운 듯 보이지만 결코 경솔하지 않은 방식으로 제시되는 유머나 예기치 않게 죄의식에 괴로워하는 호성의 모습을 고려하면 흔한 조폭영화가 아닌 새로운 드라마를 지향하려는 듯하다. 다만 이에 관객이 긍정할 것인지는 호성이 부의함을 가지고 벌인 사건이 개연성이 있는가 하는 판단과 같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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