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리뷰] 빗속 키스는 못 잊지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
이유채 2022-04-27

신부 들러리와 신부로 재회한 윙(담선언)과 실비아(양시영)는 과거 연인이었다. 고등학생 시절 실비아가 윙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면서 두 소녀는 절친에서 한층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러나 둘의 관계를 여학교만 다닌 학생들의 해프닝이나 바로잡아야 할 무언가로 여긴 어른들에게 휩쓸리면서 이들은 상처 입은 서로를 살필 겨를도 없이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는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는 듯 대학생이 되어 조우한 두 사람의 삶까지 지켜보기로 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소녀>는 첫사랑을 예쁘게 그리는 것보다 부정당하고 확실히 알지 못했던 자기감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에 더 관심이 있는 영화다. 대만 청춘 로맨스처럼 청청한 톤으로 시작해 점차 진지해지는 영화는 인간관계가 넓어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나가는 윙의 젊은 날을 자상히 스케치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시간을 투박하게 압축하고 서사적 공백을 음악이 주는 감흥으로 메우려 한 결과 맺음새가 어정쩡해졌지만, 마침내 실비아에게 느끼는 감정이 사랑이라고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된 윙의 마지막 모습은 인상적이다. 쉽게 끊어지지 않는 인연이라는 점에서 윙과 실비아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안생과 칠월을 연상시킨다. 공동 연출 중 한명인 오영산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영화에는 소리낼 수 없는 사랑을 하는 이들을 응원한다는 감독의 강력한 메시지가 담겼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