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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페르소나'와 '블랙 스완'의 불균일 혼합물 '카사네: 빼앗는 얼굴'
정재현 2022-05-04

유명 연극배우 후지 스케요는 사망 후 딸 카사네(요시네 교코)에게 유품으로 립스틱을 남긴다. 이 립스틱을 바르고 상대에게 키스하면 그의 얼굴을 12시간 동안 훔칠 수 있다. 카사네는 얼굴 흉터로 인해 매사 소극적인데 연출가 하부타(아사노 다다노부)의 안목으로 무대 연기를 시작한다. 한편 오만한 배우 니나(쓰지야 다오)는 각광받는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따르지 않는데, 카사네가 그의 얼굴을 훔친 후 니나 행세를 하자 연극계 연기 신성으로 유명해진다. 카사네와 니나, 하부타의 모의가 계속될수록 니나는 카사네에게 자신을 빼앗길까 두렵고, 카사네는 누려본 적 없는 인기와 관심을 지키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카사네: 빼앗는 얼굴>은 2017년 국내 출간된 마쓰우라 다루마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나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니나의 삶을 탈취한 카사네의 서사와 교직한 점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영화 후반, <살로메> 공연 시퀀스는 실제 연극의 실황 영상을 보는 듯 무대 연출과 이를 촬영하는 방식 모두를 신경 써 힘준 표가 난다. 다만 카사네가 지닌 열등감의 발로를 카사네의 외모에만 협소히 집중하는 점은 각본의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