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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맨션' 배우 윤균상 인터뷰
임수연 사진 백종헌 2022-05-05

믿음직해서, 설렘

윤균상은 이면으로 해석되는 배우다.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살인자가 되기를 자처한 기재명은 동생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순수한 남자였고, <닥터스>의 정윤도는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허술해지는 재벌 상속남이었다. <장미맨션>을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윤균상에 대해 “맑고 깨끗한 이미지 이면에 깊은 섬세함을 갖춘 배우”라며 함께 작업한 소감을 전했다. 강력계 형사 민수 역시 윤균상이 가진 복합성 때문에 표면에 드러난 정보값을 뛰어넘는 호기심을 끈다.

- <장미맨션>은 기존 드라마와 달리 영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또한 기존 드라마보다 짧은 미드폼 형식, 회당 40분 안팎이다. 가존에 해왔던 드라마 작업과 다른 점이 있었나.

= 드라마를 할 때도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기 때문에 영화팀이라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영화는 한팀이 모든 배우들을 담당하다 보니 화면으로 봤을 때 리얼리티가 잘 살고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조화로울 수 있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우리가 찍는 모든 분량이 굉장히 알차고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어 러닝타임이 짧다는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 편집본을 봤을 때도 밀도 높은 편집에 놀랐다. 총 4개월 동안 촬영했는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배우들도 밀도 있게 연기할 수 있었다.

- 시간적 여유가 생기니 어떤 점에 힘을 쏟을 수 있었나.

= 배우와 감독간의 소통. 서로 원하는 그림을 찾기 위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감독님과 배우, 스탭과 서로 재미있게 지낼 수 있었다. 덕분에 캐릭터도 깊어지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고 표현할 수 있는 범위도 더 넓어졌다.

- 형사 역할은 드라마 <의문의 일승> 이후 처음 아닌가. 그땐 형사인 척하는 사형수이긴 했지만.

= 데뷔 당시 드라마 <갑동이>에서도 막내 형사로 나왔다. 그런데 <갑동이> <의문의 일승>과 달리 <장미맨션>의 민수는 능숙한 진짜 형사다. 하지만 인물이 다르면 캐릭터도 달라지기 때문에 형사라는 직업 자체가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세상엔 똑똑한 형사도, 단순무식하고 다혈질인 형사도, 소심한 형사도 있는데 이번엔 촉이 온다 싶으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열혈 형사다. 그러다 피해자에게는 한없이 다정다감하다.

- 그간의 필모그래피를 돌이켜보면 의사(<닥터스>), 피아니스트(<너를 사랑한 시간>), 변호사(<미스터 기간제>) 등 전문 직업군이 떠오르는데 연기할 땐 직업에 대해 깊이 의식하지 않는 편인가.

= 예전에는 형사나 피아니스트 역할을 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어떤 선배님이 “신입 경찰이나 변호사 역할이면 모르겠는데 정말 베테랑인 캐릭터의 경우에는 공부를 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대사에 힘을 주기보다는 힘없이 자연스럽게 전문 용어를 내뱉어야 더 설득력이 있다고, 전형적인 변호사나 형사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프로페셔널하게 보인다고 말이다.

- 사라진 언니를 찾는 지나(임지연)를 돕는 조력사 역할이다. 로그라인만 보면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역할인데 시청자의 호기심을 끌고 캐릭터에 입체성을 입히기 위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했나.

= 해결될 듯 해결되지 않는 사건에 빠져들면서 지나와 민수는 서로 의기투합하게 된다. 회를 거듭해 가면서 민수를 포함한 모든 인물들이 새로운 고민과 갈등, 면면을 보여줄 것이다.

- 창감독과 배우 임지연과의 작업은 어땠나.

= 임지연 배우는 굉장히 밝고 털털하고 에너지가 좋다. 연기를 할 때 서로 소통하며 교감할 수 있는 배우다. 창감독님은 우리가 현장에서 ‘힙한 창감독’, 줄여서 ‘힙창’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통화할 때 “힙창 형님 뭐 하십니까”라고 인사한다. (웃음) 내게 창감독님은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친한 형처럼 대해주고, 배우들이 감정 신을 할 때 함께 우는 사람이다.

-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감독이었겠다.

= 배우들이 궁금한 부분을 질문했을 때 모든 신에 대해 설명할 준비가 돼 있는 감독이었다. 굉장히 꼼꼼하고 섬세하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장미맨션>의 캐릭터와 무드, 배경과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연출 노트를 나눠줬는데 그걸 보면서 확신이 섰다. 이 사람은 내가 고민이 생겼을 때 명쾌한 답을 줄 수 있겠구나 하는 신뢰감이 생겼다. 전반적으로 소통이 굉장히 잘된 현장이었다.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정말 재밌고 행복했다”라는 거였다. 나는 연기에 100% 확신을 갖는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헷갈리고 고민될 때마다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질문을 많이 하고 확인받는 편이다. 고민이 생기면 다 터놓고 얘기하고 회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어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 즐거웠다.

- 실제로 보니 듣던 것처럼 키가 굉장히 크다. 남다른 피지컬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되기도 혹은 약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

= 신인 때는 너무나 큰 약점이었다. 키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오디션 서류 단계에서 떨어진 적도 많았다. 지금은 키 때문에 무언가를 못한다는 핑계는 너무 비겁한 것 같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었다. 덩치에서 오는 아우라가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무기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다. 그러면 배우로서 많은 것을 놓칠 것 같다. 피지컬 때문에 어떤 역할을 맡았다기보다는 윤균상이라는 배우가 연기를 잘해줬다라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큰 키는 장점도 단점도 아니다. 예전에는 키가 커서 유지태 선배님처럼 되고 싶었는데, 키를 신경 쓰지 않게 된 이후에도 유지태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관객을 만난 드라마가 였다. 그동안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주로 만나서 배우로서는 공백이 좀 있었던 것 같다.

= 그동안 배우로서 바쁘게 달려오면서 몸이 안 좋아졌다. 액션 분량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부상이 누적됐던 것 같다. 활동을 쉬면서 치료를 받고 자신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하게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제안이 들어와서 하게 됐다.

- 푹 쉬면서 몸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었다면 잘된 거 아닌가. 그러지 못해서 고질병이 되는 경우도 많은데.

= 몸은 완전히 나았다. 배우가 연기할 때 어떤 캐릭터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은 것처럼 예능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였다. “윤균상이 MC를?”이라는 말을 들어보고 싶어서 겁 없이 도전했다. 다행히 사고 없이 잘 끝났다.

- 최근에 경기도 외곽으로 이사 갔다고 들었다.

= 서울에서 15~16년 정도 살다가 이번에 처음 서울 밖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키가 너무 커서 그런지 어딜 가도 어떻게 해도 나는 윤균상이다. (웃음)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인데도 사람이 많은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았나보다. 그래서 사람 없는 한적한 곳에서 살고 싶었다. 아직 이사한 지 한달밖에 안됐지만 굉장히 만족하며 잘 살고 있다. 집이 복층이다 보니 주변에서는 “균상아, 너는 예전 집도 고양이 집이더니 이제는 아예 캣타워를 샀구나”라고 한다. (웃음) 요즘 스쿠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하는데, 이 역시 사람 많은 서울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런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게 나에겐 힐링이다.

- 지난해 영화 <치악산> 촬영을 마쳤다.

= 동호회 친구들과 치악산에 놀러갔다가 미스터리한 일을 마주하게 되는 공포 스릴러 영화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게 아니라 미지의 무언가에서 벗어나고 싶은 학생들의 이기적인 모습도, 서로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도 나온다. <장미맨션>처럼 미스터리한 요소가 있지만, 여기에서는 현실이 빠져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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