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트위터 스페이스
[트위터 스페이스] 다혜리의 작업실: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 '고래 233마리' 곽재식 작가와의 대화
이다혜 정리 배동미 2022-05-06

※ 스페이스는 트위터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능입니다. ‘다혜리의 작업실’은 다양한 분야에서 글을 쓰는 작가들을 초대해 그들의 작품 세계와 글쓰기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코너입니다. 스페이스는 실시간 방송이 끝난 뒤에도 다시 듣기가 가능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안녕하세요. <씨네21>과 트위터 코리아가 함께하는 ‘다혜리의 작업실’을 시작하겠습니다. 소설가, 공학박사, 대학교수를 비롯해 여러 영역에서 활동 중인 곽재식 작가입니다. 곽재식 작가의 소설집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과 역사 동화 <고래 233마리> 두 작품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 키워드는 ‘생산성’입니다. 작가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했습니다.

곽재식 @JaesikKwak 오전 8시 전에 출근해서 9시까지는 글을 씁니다. 마감이 있는 글을 쓸 때도 있고 쓰던 소설 혹은 써야 되는 책의 원고를 쓰죠. 9시부턴 열심히 강의합니다. 그러다 정신차려 시계를 보면 11시 반에서 12시 반 사이가 돼요. 그럼 점심을 먹습니다. 보통 김밥이나 빵을 사와서 유튜브를 보며 쓱싹 먹는데, 아주 달콤한 시간이죠. 하루 중 뇌를 비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일단 말을 안 하니까요. (웃음)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다혜 @d_alicante <고래 233마리>의 주인공 바라래는 고래 뱃속에 있다는 보물을 찾아가는데요. 청동기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쓴 이유를 말씀해주시죠.

곽재식 @JaesikKwak 글을 열심히 쓰려 노력하는 작가들은 어디서든 소재를 찾으려 노력합니다. 전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청동기 유물과 유적지를 보고 이야기로 엮고 싶다 생각했어요.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놓은 그림이 있는데, 신석기부터 청동기시대를 거쳐 그 이후까지의 사람들이 오랫동안 새긴 그림이에요. 고래와 사슴이 많이 그려져 있는데, 사람 얼굴도 하나 그려져 있습니다. 그걸 보고 소설로 만들어본 거죠.

이다혜 @d_alicante 두 번째 키워드는 ‘직장인’이에요. <빵 좋아하는 악당들의 행성>에 실린 단편 <차세대 대형 로봇 플랫폼 구축 사업>을 보면, 직장인이 겪는 부조리를 유머로 승화하는 내용이 있어요. 일하면서 화가 난 경험이나 이해가 안 가는 순간들을 메모해뒀다가 소설로 쓰시는지 궁금했습니다.

곽재식 @JaesikKwak 직접 겪은 일을 소설로 쓰면 재밌는 방향으로 못 밀어붙이겠더라고요. 나를 변호하며 ‘난 잘했는데 저놈들이 나쁜 놈들이다’라는 줄거리로 쓰게 돼서요. 한 발짝 떨어져서 보게 되는 직장 이야기들이 있잖습니까? 옆 부서, 옆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 친구가 한탄하면서 토로한 경험담들. ‘와 이 회사는 이렇게 일하는구나, 진짜 웃기다’ 싶은 일은 메모해놨다가 변형해 소설로 쓰는 경우는 꽤 있죠.

이다혜 @d_alicante 환상문학 웹진 <거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그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이 작가님에게 주는 만족감이 있을 것 같아요.

곽재식 @JaesikKwak 부지런히 쓴 글이 밑천이 된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쓰는 쪽에 가깝습니다. 소설은 두달만 안 쓰다가 쓰려면 어색한 느낌이 들거든요.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이렇게 쓰는 게 맞나?’ 싶죠. 간단하게라도 계속 써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다혜 @d_alicante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곽재식 @JaesikKwak 한번 망해보고 헤쳐나오는 게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2006년 쓴 소설 <토끼의 아리아>의 판권을 MBC에 팔았어요. 출발이 엄청 좋았죠. 당시 ‘이대로라면 베스트셀러 작가는 눈앞이다’ 하는 바람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렇겐 안되더라고요. 소설을 싣는 면을 얻기란 쉽지 않고, 근근이 써야 해서, 때려치워야 하나 별별 생각을 다 했어요. 어쨌든 꾸준히 열심히 쓰면서 차근차근 해오다보니 길이 나오더라고요.

이다혜 @d_alicante 곽재식 작가님에 대한 세 번째 키워드가 ‘환경’인데요. 지금 환경안전공학과 교수에 재직 중이고, 환경문제를 다룬 책을 내기도 하셨잖아요. 앞으로 작가님의 소설이나 비소설에서 환경 이야기의 비중이 더 커지리라 기대해도 될까요?

곽재식 @JaesikKwak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회사 다닐 때도 환경쪽 일을 했어요. 비소설 2~3권을 아예 환경 관련해 썼고, 소설 중에도 알게 모르게 그런 내용이 가미돼 있습니다. 앞으론 환경 이야기가 더 눈에 띌 것 같습니다.

배동미의 책갈피

곽재식 작가의 작업실 풍경이 궁금합니다. 집에선 주로 식탁이 만만하죠. 컴퓨터를 펼쳐놓을 수 있고, 식탁 위에 전등도 있어 밝으니까요.

하루 평균 몇 시간 주무십니까? 7시간 정도.

소설가로서 가장 즐거울 때는? 글감이 떠올랐을 때 VS 완성했을 때.

소설이 기대대로 잘 풀릴 때, 혹은 기대보다도 더 좋을 땐 참 보기 좋고 보람찹니다. ‘내가 이런 걸 썼단 말이야? 이거야말로 성공할지도 모르겠다!’라는 달콤한 꿈에 빠집니다.

무인도에 떨어져서 평생 한편의 SF영화만 봐야 한다면? <로보캅>이 의외로 무섭고 잔혹하고 파괴적인데요. 무인도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암담함을 느낄 때 ‘범죄가 들끓는 도시에서 사느니 무인도도 뭐’ 이런 생각이 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