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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부바' 답보와 퇴보 사이 표류하는 가족 코미디
정재현 2022-05-11

종범(정준호)은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어선 ‘어부바호’를 몰며 홀로 어린 아들 노마(이엘빈)를 키우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남동생 종훈(최대철)은 마흔몇의 나이에 모은 돈도 없으면서 덜컥 두 바퀴 띠동갑의 중국계 여성을 신붓감으로 데려와 결혼하겠다며 생떼를 쓴다. 나이에 비해 조숙한 아들에겐 죽은 아내에 관해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지갑 사정은 빠듯한데, 9년째 대출 중인 선박 회사에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 어부바호를 더이상 몰 수 없다. 그 와중에 노마는 선박 회사 전무의 아들과 갈등을 빚고, 종범은 고용 관계뿐 아니라 보호자 관계로도 전무와 얼굴을 붉힐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종범은 가부장으로서 어린 아들과 철없는 동생 앞에서 언제나 밝고 든든한 모습을 보인다.

<어부바>에는 눈에 띄는 독창성보단 가정의 달 개봉에 걸맞은 안온하고 익숙한 서사로 가득하다. 하늘을 보며 사별한 가족의 빈자리를 떠올리는 구성원의 슬픔, 영화의 제목을 듣는 순간 그려지는 안정적인 프레이밍 등 떠올리면 뭉클한 장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논리 없이 얼결에 실현되는 권선징악이나 여성과 소수자를 대상화하는 문제는 기존에 양산되던 영화들로부터 크게 나아가지 못한다. 러닝 개그로 삼는 대사들이나 슬랩스틱 코미디 또한 세련되고 참신하다기보단 한국 코미디가 단순 언어유희와 몸 개그를 웃음의 근간으로 즐기던 때의 유머들이다. 부산이라는 지역 배경이 사투리 대사를 제외하곤 서사와 크게 맞물지 않는 점과 휴머니즘을 표방하는 코미디가 보편적 가족애 이상의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종학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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