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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찝찝한 액자 밖 스릴, 느닷없는 액자 안 로맨스 '퍼스트 러브'
정재현 2022-05-18

미술대학 화장실에서 교수 나오토(이타오 이쓰지)가 죽은 채 발견된다. 용의자는 식칼을 손에 든 채 피 묻은 셔츠를 입고 강가를 걷고 있던 나오토의 딸 칸나(요시네 교코). 칸나는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지만 살인 동기에 관해서는 “직접 찾으라”며 진술을 거부한다. 이 사건에 관심을 두게 된 상담 심리사 유키(기타가와 게이코)는 사건의 국선 변호사이자 남편 가몬(구보즈카 요스케)의 동생인 카쇼(나카무라 도모야)와 함께 칸나의 살인 동기를 밝히려 한다. 유키는 면회를 통해 칸나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취재하고, 이들의 진술은 칸나의 고백과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다. 유키는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다 문득 묻어두었던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게 된다.

<퍼스트 러브>는 제159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시마모토 리오의 동명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의 시점을 유지한 채 사건을 취재하는 유키의 서사를 외부 액자로, 갓 성인이 된 날과 대학교 3학년 무렵의 유키의 서사를 내부 이야기로 담는다. 유키의 현재 시점 취재 과정은 장르물로서 충분한 스릴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다만 칸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은 과거 일련의 학대들이 취재의 추리 플롯을 추동하는데, 이 과정이 캐릭터의 고통을 서스펜스와 같은 장르적 쾌감 요소로 사용해 꺼림칙함을 남긴다. 한편 액자 내부엔 언뜻 미스터리 장르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영화 제목과 관련한 이야기가 있다. 유키의 과거 이야기엔 마치 뮤직비디오에서 볼 법한 로맨틱한 몽타주 시퀀스가 희뿌연 필터를 덧씌운 채 지나간다. 이같이 이격이 큰 두 장르가 맞붙는 형태는 분명 이색적이나 영화 전체를 조망해보면 그 이음매가 매끄럽진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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