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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편집장] 송강호의 타이밍
이주현 2022-06-03

5월28일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 폐막식 당일.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팀이 폐막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네, 이번에도 칸영화제 이야기입니다. 3주째라 지겨우시겠지만 이번엔 도저히 칸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나의 수상 예측 시나리오에 송강호의 남우주연상은 없었다. <브로커>를 보자마자, 아니 첫 장면을 보자마자 ‘역시 송강호는 송강호’라며 하하호호 좋아했지만, 송강호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차례로 떠올렸을 때 그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는 건 때가 돼서 받는 상 같아 어딘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상이라는 건 운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송강호가 받을 타이밍이고, 그것은 송강호가 만든 타이밍이기도 했다.

칸영화제 참석차 출국하기 전 송강호는 <씨네21>과 긴 인터뷰를 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당시의 감격과 지난해 심사위원으로 참석해 <티탄>에 황금종려상을 안겼던 일화와 올해 경쟁부문 작품의 배우로 연속해서 칸을 찾게 된 소감까지 두루두루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이것은 선견지명이었을까). 어쨌든 송경원 기자가 진행한 출국 전 인터뷰에서 송강호는 느긋하게 “칸영화제를 즐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올해는 한국영화에 대한 기대가 유독 큰 만큼 부담도 남다르다. 하지만 즐기다 오려 한다.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이미 수상을 한 거나 마찬가지다. 심사위원을 해보니 수상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 영화제를 즐길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경험 많은 송강호는 결국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고 칸에서 환히 웃었다. 수상 직후 인터뷰에서도 그는 차분하게 “상을 받기 위해 연기를 할수도 없고 그렇게 하는 배우도 없다”며 이번 수상이 자신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이토록 들뜨는 순간에 담담히 ‘변함없을 것’을 얘기하는 태도에서 대배우의 아우라를 느꼈다.

박찬욱과 송강호의 아름다운 투숏을 코앞에서 목격한 그날엔 정작 직업 정신을 발휘하느라 이 광경이 얼마나 감격스럽고 역사적인지 실감하지 못했다. 3년 전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할 당시 취재차 칸에 갔던 기자들이 한 말이기도 한데, 이런 경험은 영화 기자로 일하면서 몇번 겪을까 말까 한 일인데도 말이다. 한국에 돌아와 칸에서의 시간을 복기해보니, 새삼 박찬욱 감독과 송강호 배우에게 고마웠다. 기억할 만한 한국영화의 역사를 만들어준 두분에게 지면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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