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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주의 드라마톡] '붉은 단심'

성군의 자질을 갖추고 모두에게 수려한 용모를 상찬받는 사극 로맨스 남주인공이 주류인 판. KBS2 드라마 <붉은 단심>은 그 전형을 깬다. “생각보다 얼굴이 까무잡잡한디?” “키가 별로 안 커.” “성격이 좀 더러울 것 같아.” “눈빛이 쎄해.” 신분을 감추고 보름마다 죽림현 수장 유정(강한나)을 만나러 잠행을 나가는 왕 이태(이준)는 유정을 따르는 똥금(윤서아)과 향이(서혜원)에게 가차 없는 인물평을 당한다. 좌의정 박계원(장혁)이 평하는 이태는 “어질진 않으나 담대하고 지혜롭기보단 간교하며 덕은 없으나 인내는 강하니 이 또한 군왕의 자질”이란다. <붉은 단심>의 인물들은 저마다 입장과 상황에 따라 이태를 다르게 파악한다. 또한 박계원의 평은 세자 시절 자신에게 무릎까지 꿇었던 이태를 비로소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만한 상대로 두는 지점이기도 하다.

상대의 변화를 수용하며 평가가 변화하는 이야기는 평하는 쪽과 대상, 양측 모두의 캐릭터를 두텁게 한다. 이태는 평가가 완결된 성군보다 훨씬 복잡하며 역동적인 인물이고 그와 긴장 관계에 있는 박계원의 위상도 성군을 방해하는 악당의 자리에 묶어둘 수 없다. 이태의 정인 유정도 마찬가지. 중전 간택으로 세력을 다지려는 군주와 신하가 유정을 끌어들인 것을 서로의 자충수라고 평하는 와중에 유정은 그저 바둑판 위 바둑돌이 아닌, 적극적으로 수 싸움에 임하는 플레이어가 되어 궁으로 복귀한다. 이태와 유정, 박계원과 이태, 유정과 박계원이 마주하는 모든 장면에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삼각형의 꼭짓점처럼 영향을 끼치는 관계. ‘핏빛 정치 로맨스’라더니 정치와 로맨스의 영역을 분리하거나 걸림돌 삼지 않고 인물들을 정인이자 정적으로 제대로 세울 줄 아는 드라마다. 유선주 TV칼럼니스트

CHECK POINT

카메라 렌즈 안에 강한 광원이 반사되며 만들어지는 원형이나 선형의 빛 번짐 상을 렌즈 플레어라고 한다. J. J. 에이브 럼스 감독이 즐겨 쓰는 것으로 유명한데 <붉은 단심>의 유영은 PD도 <도피자들> <사교-땐스의 이해> <너무 한낮의 연애> <계약우정> 등 전작 단막극에서 대담하고 적극적으로 연출에 이용해왔다. 이번엔 실내 촬영과 간접광이 많은 사극이라 보지 못하는가 했는데 1회 유정이 죽림현 죽공예 작업을 지휘하는 40초 분량의 동선에서 원 없이 썼다. 영롱하게 부서지는 빛이 유정의 후광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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