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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파인 모닝' 배우 레아 세두 "평범하게, 순수하게"
임수연 2022-06-09

레아 세두가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처음 연기해봤다고 고백하기 전까지는, 사실 이 점을 의식하지 못했다. 담백한 연기로 많은 것을 담아내는 그의 연기 스타일이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원 파인 모닝>에 완벽히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신경퇴행성 질환을 겪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요양원을 찾는 싱글맘 산드라는 동시에 유부남과 연애를 시작한다.

- 미아 한센뢰베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이다.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날 떠올렸다고 들었다. 사실 미아의 영화는 모두 그의 삶에 관한 것이고, 결국 내가 미아를 연기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날것의 순수함, 간명한 주제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드라 캐릭터와 미아를 연결 짓는 게 어렵지 않았다. 내가 처음으로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게 됐을 때 미아는 그저 사랑과 죽음에 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정이입이 굉장히 잘됐다. 캐릭터가 추상적일 경우 그 인물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아의 스타일이 매우 순수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곧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왜 평범한 여성을 연기한 건 처음이라고 생각했나.

= 내가 참여했던 영화는 대부분 판타지나 암시 같은 것들이었다. 살인을 하거나, 알코올중독이거나,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연기는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감독과 함께 춤을 추는 것과 같은 협업의 결과물이고, 나는 내게 주어진 역할을 연기한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우리 모두가 경험했거나 앞으로 겪을 수 있는 감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이 캐릭터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영화는 세계와 인생을 연결하는 수단이다.

- 이번 작품에서 싱글맘 역할을 맡았다. 매사에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처럼 캐릭터를 묘사하지 않고 차분하고 온화한 모습을 보여줬다.

= 그것은 미아의 아이디어였다. <원 파인 모닝>은 미아의 인생과 스토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가 미혼모였던 것은 아니지만 실제 미아가 아버지와 가졌던 관계나 연인과 나눴던 사랑이 녹아들어 있다. 배우의 연기로 채워넣을 수 있는 여지도 많이 남겨뒀지만 미아가 원래 갖고 있던 부드러움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 실제로 나 역시 오버 액팅을 하지 않는 편이다. 연기는 무언가를 추가하면서도 유지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미아는 후자를 요구했다.

- 지난해에만 6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워커홀릭인가.

= 전혀. 난 정말 게으르고 사색적인 사람이다. 어렸을 때부터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만의 세계 속에 갇혀 길을 잃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연기를 일이라고 여기지 않을 수 있었다. 나의 공기, 나의 호흡이 곧 영화가 되고 그것이 곧 열정이 된다고 느낀다. 결국 내 삶에는 약간의 픽션이 필요하다.

- <원 파인 모닝>과 달리 데이비드 크로넌버그의 신작 <크라임 오브 더 퓨처>에서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여성을 연기한다. 크로넌버그는 예술적 자유를 중요시하는 감독이다.

= 우리는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 예술이 정치적인 것처럼 되고 있다. 예술에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예술은 무엇이 남아 있는가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리스와 이집트는 후세에 어떤 예술 작품을 남겼다. 우리를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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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칸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