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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차 리얼 스무스' 쿠퍼 레이프 감독, "사랑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
안현진(LA 통신원) 2022-06-28

<차 차 리얼 스무스>는 둥지를 떠날 준비가 덜 된 22살 앤드류(쿠퍼 레이프)가 싱글맘 도미노(다코타 존슨)를 만나 겪는 첫사랑과 성장통을 다루는 이야기로,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에 여러 가지 상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코미디 드라마다. 2020년 <Shithouse>로 데뷔한 쿠퍼 레이프 감독은 이 영화에서 감독, 작가, 주연배우까지 1인3역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2022년 1월 선댄스영화제를 시작으로 SXSW페스티벌, 트라이베카페스티벌에서 상영한 뒤 6월17일 Apple TV+에 공개된 <차 차 리얼 스무스>의 쿠퍼 레이프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 영화의 구체적인 스토리와 함께 감독, 작가, 주연배우로서 영화를 만든 고충에 관해 물었다.

쿠퍼 레이프 감독

- 각본, 감독, 주연배우 외에도 편집에 제작까지 했다.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나, 도전을 즐기는 편인가. 아니면 당신보다 나은 사람을 찾을 수 없었나.

= 내가 그 많은 역할을 다 하게 된 건 무엇보다 경제적 이유에서였다. 그 이유가 아니었다면 다른 감독이 영화를 연출하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내 첫사랑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줄 사람을 고용할 만한 돈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다 할 수밖에. (웃음) <차 차 리얼 스무스>는 전작과 비교하면 영화의 규모나 예산에 있어 사실 엄청난 도약이었다. 그게 너무 두려워서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는 이 스토리를 가장 잘 아는 내가 연출하는 게 제일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다.

- 영화에 함께 출연한 다코타 존슨(도미노 역)의 제작사에서 이 영화를 제작했다. 존슨은 제작자로서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했나.

= 다코타와 함께 영화를 만들고 연기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번은 앤드류가 등장하지 않는 도미노의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다코타가 내게 “네가 출연하는 장면을 연출할 때 당신은 훨씬 좋은 감독”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 말에 마음이 상했는데, 감독으로서 캐릭터와의 거리감을 줄일 때 더 좋은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뒤 내가 감독인 영화에서 연기하는 일이 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솔직히 두번은 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신뢰하고 일을 맡기는 걸 배웠다.

<차 차 리얼 스무스>

- 이 영화는 러브 스토리이기도 하지만 20대 청년과 30대 싱글맘의 성장담이기도 하다. 22살의 당신은 어떤 마음이었기에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나.

= 앤드류 앞에 놓인 많은 고민들은 내가 그 나이에 가졌던 고민들과 같다. 가족, 미래, 관계 등 모든 것이 고민이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앤드류가 관계를 만들 때 느끼는 고충을 나 역시 가장 크게 느꼈다. 20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22살의 나는 그게 굉장히 어려웠다. 그래서 같은 문제를 마주한 사람들에 관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영화를 통해 이들이 왜 이런 문제를 갖게 됐는지 깊이 파보고 싶었다. 그러면서 20대는 아니지만 30대가 되어서도 앤드류와 같은 질문을 마주하게 된 여자의 이야기도 넣고 싶었다.

- 앤드류는 관계 때문에 외로워하지만 실은 주변에 좋은 이들도 많고, 사랑도 받는 사람이다.

= 영화의 마지막, 어린 동생이 독립하려는 앤드류에게 말을 거는 장면에 이르러서야 앤드류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우리는 익숙한 사랑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한다. 엄마의 사랑, 동생의 사랑, 계부의 사랑이 그렇다. 하지만 앤드류가 도미노를 향해 품었던 사랑은 익숙한 사랑이 아니기 때문에 앤드류는 이를 ‘진짜 사랑’처럼 느끼고, 그게 전부인 것처럼 휘둘린다. 영화에서 여러 방식의 사랑이 보여지는 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앤드류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그걸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 자전적인 이야기지만 허구도 더해졌을 텐데, 만들어낸 이야기로만 보기엔 구체적인 디테일이 많다. 우선 파티 스타터라는 직업은 어떻게 찾았나.

= 앤드류가 파티 스타터로 사업을 시작한다는 아이디어는 사소한 대화 중에 나왔다. 나는 학생의 40%가 유대인인 학교에 다녔는데 7학년 때는 거의 매주 바 미츠바(유대인 성인식)에 초대됐었고, 그 무렵이 시각적인 기억으로 생생하게 남아 있다. 첫 키스도 그때 했다. 나는 당시에도 파티의 아웃사이더였는데, 역시 아웃사이더인 앤드류가 파티 스타터로 인기를 얻으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차 차 리얼 스무스>

- 도미노가 화장실에서 유산한 걸 알게 되는 장면도 쉽게 상상하기는 어렵다.

= 도미노가 고통스럽고 생생하고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는데, 앤드류가 유일하게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완벽한 사람이어야 했다. 그래야 그 사건을 기점으로 도미노와 앤드류의 관계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미노는 앤드류를 안전하다고 믿었고, 앤드류는 도와주려는 의도가 충분했다. 파티장의 화장실에서 끔찍한 상황을 겪게 한 이유는 역시 주어진 시간 안에 두 사람의 관계가 움직이도록 해야 하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 마지막으로 <차 차 리얼 스무스>라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

= <Cha Cha Slide>라는 노래가 있다. 파티에서 주로 나오는 음악인데 아마 내가 갔던 모든 바 미츠바에서 이 노래가 나왔을 거다. 결혼식에서도 많이 쓰는 음악이다. 가사에 맞춰서 춤을 쉽게 출 수 있는 노래라서 이 노래가 나오면 하객들이 모두 댄스 플로어로 나와 가사가 시키는 대로 춤을 춘다. “차 차 리얼 스무스”는 이 노래의 가사다. 이 가사가 나오면 자기 마음대로 춤을 출 수 있다. 거기에서 영화 제목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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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Apple 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