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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너를 기록하는 행복, 서로의 기억이 되는 동행 '컴온 컴온'
송경원 2022-06-29

라디오 저널리스트 조니(호아킨 피닉스)는 미국 각지의 어린이들에게 삶과 미래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 중이다. 어느 날 어머니의 죽음 이후 오랜 시간 소원했던 여동생 비브(가비 호프먼)로부터 연락이 온다. 사정이 생겨 아들을 잠시 맡아달라는 동생의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한 조니는 9살 조카 제시(우디 노먼)를 당분간 돌봐주기로 한다. 조용하면서도 자기 세계가 분명한 제시와 함께하는 시간은 조니에게도 새로운 즐거움을 안긴다. 그렇게 조니는 미국 여러 도시의 어린이들과 인터뷰를 하는 가운데 제시와도 조금씩 속 깊은 대화를 이어간다.

마이크 밀스 감독의 신작 <컴온 컴온>은 어른과 아이의 관계에 대해 써내려간 한편의 어른동화다. <비기너스>(2010)에서 아버지, <우리의 20세기>(2016)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을 담는 등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에 녹여온 마이크 밀스 감독이 <컴온 컴온>에서는 아이의 성장에 얽힌 시간을 극화했다. 성숙한 아이 제시와 특정 부분에서 덜 자란 어른 조니의 동행은 얼핏 익숙하고 안전한 성장 로드 무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조니가 미국 여러 도시의 어린이들과 만나 담는 인터뷰의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이 교차하며 예상 밖의 큰 그림으로 확장되기 시작한다. 당대 미국 사회에 대한 통찰과 질문들이 담긴 내용은 조니와 제시의 매우 사적인 시간 안으로 다시 수렴되어 보편적이고도 특수한 감흥을 자아내는 것이다. 무엇보다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국 각지를 오가는 교차편집을 통해 기억의 빈칸을 채우는 방식이 흥미롭다. 호아킨 피닉스는 물론 제시 역의 우디 노먼, 엄마 역의 가비 호프먼까지 모방 불가능한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를 아름답게 완성시킨다. 기록의 씨줄과 기억의 날줄로 엮어 관계라는 옷을 짜낸, 흑백의 영상시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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