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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마운트+ '헤일로' 배우 하예린, "‘한’(恨)의 정서를 떠올렸다"
김소미 사진 백종헌 2022-06-30

티빙 브랜드관을 통해 아시아 시장의 첫 진출지로 한국을 택한 파라마운트+가 6월16일 <헤일로>를 공개했다. 세계적으로 히트한 동명의 엑스박스 게임이 원작인 이 시리즈는 26세기를 배경으로 인류와 외계 종족의 갈등을 그린다. 한국계 호주인인 신예 배우 하예린은 게임에는 없는 시리즈 오리지널 캐릭터 관 하를 연기했다. 외계 종족의 침범으로 아버지 진하(공정환)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은 16살 소녀 관 하는 인류 최고의 전사 마스터 치프(파블로 슈라이버)를 따라 우주로 나선다.

- 커리어가 전무한 상태에서 <헤일로>의 주역으로 발탁되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 호주 국립극예술원(NIDA)에서 졸업 공연을 준비하던 중 학교 선배가 페이스북 메시지로 게시글 하나를 보내주었다. 16살 동양인 캐릭터를 찾는 오픈 캐스팅콜이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어떤 프로젝트인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고 ‘혹시 이상한 거면 어쩌지?’ 싶은 의심도 들었는데, 안되면 그만이라는 마음으로 1분짜리 자기소개 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얼마 뒤 오디션을 계속 진행하자는 답변이 왔고 <헤일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오디션은 7개월 가까이 이어졌다. 영상, 라운드 오디션, 1:1 대면 오디션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 에이전트로부터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정말로 꿈같았다.

- 관 하는 마스터 치프를 따라 고향 마드리갈 행성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비극을 이겨내고 죽은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르려는 강인한 캐릭터다.

= 그래서인지 관을 연기하면서 인생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원래의 나는 조금 조용하고 소심한 편이라고 할까. 그런데 관은 때로 고집이 매우 세고 필요하다면 말썽도 피운다. 엄청난 고통을 겪은 인물이지만 불굴의 의지를 갖고 있어서 한국적인 한(恨)의 개념을 투영해보려고 했다. 내 입장을 소리내어 말한다는 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관을 통해 깨달은 것 같다. 인종적 소수자로 살게 되면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이 있기 마련이고, 동양인을 유독 조용하고 침착한 이미지로 보는 스테레오타입에 갇히게 될 때도 있는데 <헤일로>의 경험은 내가 그 벽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게임의 비주얼을 구현하기 위해 행성, 우주선 내부 등 프로덕션의 대부분이 CG로 구현됐다. 신인배우 입장에서는 상상력과 연기력을 고루 동원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겠다.

= 마스터 치프의 우주선에서 날아오는 돌을 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눈앞에 블루 스크린만 있는 상황에서 장애물들을 피하고 소리 지르는 연기를 해야 했다. 어렵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 연기에 대한 믿음, 자신감,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릴 때 외할머니(손숙 배우)와 부모님 모두 내게 책 읽으라는 잔소리를 많이 하셨는데, SF 장르의 작품을 촬영하면서 독서가 길러준 상상력의 힘을 새삼 실감했다.

- 연극계 원로인 손숙, 김성옥 배우의 손녀이기도 하다. 어떤 영향을 받았나.

= 어릴 때부터 할머니가 나오는 연극을 많이 봤다. 그때부터 배우라는 직업과 의미가 무척 크게 다가왔다. 이야기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강렬한 체험을 안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예술이 세상을 조금이나마 더 낫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연기에만 빠지다보니 공부도 잘 못했고(웃음) 내게는 다른 어떤 길도 없다는 마음으로 앞만 보고 걸었다. 솔직히 말해 할머니는 내게 조언을 하지 않는 편이다. 그 시절에 배우로서 매우 힘들게 살아남으셨기 때문에 오히려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해주신다. 평소엔 그저 용감하게 살라고 말씀해주셨다.

- 시드니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까지 쭉 살다가 고등학생 때 한국에 와서 계원예술고등학교를 다녔다. 한국에서 공부해보기로 마음먹었던 이유는.

=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 활동하는 동양인 배우가 너무 적어서 솔직히 나 역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원예고에서 보낸 3년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의 현실성, 한국 문화 특유의 치열함과 겸손함, 그리고 팀워크를 배웠다. 호주 NIDA는 정말 훌륭한 학교지만 한국 생활과 비교하면 가끔 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웃음)

- OTT 플랫폼을 통해 작품이 국경에 관계없이 뻗어나가고 인종적으로 다양한 대표성을 띤 배우들이 점점 더 각광받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체감하고 있나.

= 스타 캐스팅보다는 작품에 담긴 이야기 그 자체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어떻게 하면 이 주제를 잘 전달할 것인가, 그러려면 어떤 배우가 필요한가’를 중심에 놓고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다. 앞으로도 동양 문화와 할리우드 프로덕션이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그 연결 고리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되었다.

- <헤일로> 시즌2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7월에 시즌2를 찍기 위해 부다페스트로 가서 9개월간 촬영할 예정이다. 9개월 동안 부다페스트에만 머물 예정이라 약간 막막하기도 한데, 시간이 허락한다면 잠시 여행을 다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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