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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유니버스는 이렇게 창조됐다
조현나 김소미 2022-07-28

스탭들이 말하는 <외계+인> 1부 제작기

이안의 레드 / 무륵의 블루

조상경 의상감독은 이안(김태리) 의상의 모티브를 해인사의 요선철릭 유물에서 가져왔다. “메인 컬러를 레드로 잡고 이안이 남사당패에서 자란 전사라는 점을 고려해 깃 부분에 조각보 방식으로 수를 놓았다. 저고리는 아랫부분이 치마처럼 주름이 퍼지는 액주름포를 활용했는데, 액주름포는 옆선에만 주름이 들어가서 서 있을 때와 움직일 때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무륵(류준열)의 의상은 훨씬 얇고 가벼운 인상이다. “모시, 옥사, 명주 등의 천연색 천을 사용했고 홑겹으로 만들어진 옷을 여러 벌 입어 걸을 때 자락이 더 퍼지게끔 디자인했다. 오방색을 그대로 쓰기보다 간색(두개의 오방색을 섞어 만든 색.-편집자)을 배색해 비색, 청록색, 취람색 등을 만들어 사용했다.”(조상경 의상감독)

정체를 숨긴 가드의 코트, 자장 법사의 가면

가드(김우빈)는 그레이 톤의 잘 재단된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불필요한 장식 없이 미니멀하게 가는 것이 컨셉이었다. 오랜 시간 지구에 잘 머무르고 있다는 점, 또 이안을 돌보는 보호자로서의 면모를 고려해 그레이 톤의 코듀로이, 니트 등 온기 있는 소재를 골랐다. 썬더가 가드로 변신했을 땐 더 발랄한 분위기의 점프 슈트, 선글라스, 70년대 스타일의 빈티지 양복, 핑크색 의상 등을 가져왔다.”(조상경 의상감독) 빌런인 자장 법사(김의성)는 가사(장삼 위에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걸쳐 입는 승려의 법의.-편집자)를 이용해 겹겹이 감춰져 있는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자수로 질감을 드러내려 했다. “색감은 붉은색을 중심으로 두고 노랑과 파랑을 섞어 토색과 자황색을 활용했다. 모든 원단을 수작업으로 염색했는데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 촬영 전날까지 손을 봤다.”(조상경 의상감독) 자장 법사가 쓴 가면은 광대가 부각된 채 입은 웃고 있는 전통적인 탈 형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외계인의 얼굴을 염두에 두고 도안을 완성했다. 색채감은 최종 결과물에서 조금 바뀌었는데 초창기에는 무지갯빛이 도는 느낌이었다가 이후 좀더 어두운 흑색으로 색을 눌러주었다.”(류성희 미술감독)

<외계+인>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소품들

고려와 현대를 잇는 신검 “외계인들이 고려의 문명에도 스며들었다는 영화의 세계관을 고려해 두 이질적인 존재들의 연결성을 신검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가운데 보석을 기점으로 신검의 위쪽엔 외계 물질 같은 푸른빛의 액체 금속을 위치시키고, 아래쪽은 다뉴세문경(청동기 시대에 제작된 거울. 보물 2034호.-편집자)의 패턴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다.”(류성희 미술감독)

<외계+인>의 정체성을 압축한 무륵의 부채 “부채는 무륵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아이템이자 <전우치>와 이어지는 최동훈 감독님의 인장과 다름없어 특별히 신경 썼다. 살을 펼치는 순간 숨겨져 있던 또 다른 3차원 공간이 펼쳐진다. 부채에 그려진 고양이는 민속화의 그림체를 살리고 칼, 방망이와 같은 무기는 부채의 어느 방향에 얹힐 것인지 감독님과 조율해나갔다.”(류성희 미술감독)

유물에서 영감받은 삼각산 신선들의 무기 “흑설과 청운의 도술 무기 중 거울은 다뉴세문경에서 영감을 얻었다. 유물의 패턴이 외계의 것처럼 기이하단 점에서 착안해 거울 뒷면에 패턴을 꼼꼼히 그려넣었다.”(류성희 미술감독)

외계 문명을 창조하다

“<외계+인>의 내용이나 배우의 감정선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시각적 효과가 명확하고 과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감독님의 요청이 있었다.”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 회화 작품, 조각, 조형물 등 최동훈 감독이 전한 레퍼런스를 토대로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는 우주선과 외계인 디자인에 살을 붙이기 시작했다. 외계인은 자세히 보면 피부색이 각기 다르게 설정됐다. 또한 월등히 진화된 종족으로 “눈을 제2의 뇌처럼 사용하기 때문에 시각 기관은 상대적으로 커진”(류성희 미술감독) 반면, 텔레파시로 소통하기 때문에 “코와 입과 같은 신체 기관들은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제갈승 VFX 슈퍼바이저)는 특징이 있다. 우주선의 경우 ‘이게 정말 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엔진과 같은 기계 요소들을 배제시키며 심플하게 작업했다. 로봇으로 변한 가드는 차분하고 이성적인 캐릭터의 성격을 고려해 얼굴의 디테일을 최소화했고, 반대로 썬더는 어린 이안과의 감정 교류가 많기 때문에 눈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것이 제갈승 VFX 슈퍼바이저의 설명이다. 안상수 타이포 디자이너의 작업으로 완성된 <외계+인> 고유의 외계 문자는 가드가 탈옥했던 외계 죄수를 관리하는 공간의 벽면, 영화 포스터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비로운 공간 밀본, 압도적인 크기의 도심 세트

자장 법사가 상주하는 밀본은 비밀스러우면서도 압도적인 위압감을 자아낸다. “메인 빌런이 사는 공간이기 때문에 소담스러운 절처럼 느껴지지 않길 바랐다. 밀본 자체가 외계인 나름대로 인간의 종교를 해석해 만들어낸 위장의 공간이라는 점도 의식했다. 그런 맥락에서 가장 공들인 것이 100개의 팔을 가진 불상이다. 한국 불교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으며 외계인의 주요 정체성이 촉수라는 사실에 기반해 디자인했다.” (류성희 미술감독) <외계+인>의 공간 중 가장 크고, 비용이 가장 많이 투입된 것은 도심 세트다. “전체 길이 200m, 가로폭 100m에 이르는 왕복 4차로에 서울 시내 어딘가의 건물들을 옮겨왔다. 엄청난 크기와 빠른 속도의 외계인들이 휩쓸고 지나가려면 꽤 방대한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약 7개월이 걸렸고, 건물 2~3층 높이까지는 실제로 짓고 그 이상은 CG로 합성했다. 그 밖에도 가로수와 조경, 전신주, 신호등까지 설치한 다음 서너번의 변환을 통해 여러 개의 도로와 블록이 늘어선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이하준 미술감독)

고려와 현대의 차이를 극대화한 촬영

김태경 촬영감독이 주목한 것은 고려와 현대의 차이점이었다. “고려 시대에서는 캐릭터들이 무협 기반의 액션을 펼치기 때문에 쇼 브러더스 영화와 같은 작품들의 촬영 스타일을 참고했다. 반면 현대에선 인물들이 외계인, 로봇과 초현실적인 액션 대결을 펼치기 때문에 카메라 워킹이 훨씬 계산적이고, 빠르고, 템포감이 있어야 했다. 톤 면에서도 고려 시대는 따뜻한 붉은 톤, 현대 분량은 창백한 톤을 많이 써서 차이를 두려 했다.” <외계+인>은 김태경 촬영감독에게 “기술적으로 가장 고난도의 SF영화”였다. “실사 배경에 3D 캐릭터를 얹는 작업이 많지 않았나. 프리비주얼도 만들고 스탭들이 외계인의 키를 가늠할 수 있는 막대를 머리에 끼고 현장에 투입되기도 했지만, 외계인의 움직임과 우주선의 크기 같은 것들은 주로 상상에 의존해야 했다.” 인간의 것을 넘어서는 외계인과 촉수의 빠른 속도를 담고,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무륵을 쫓기 위해 와이어캠까지 동원됐다.

절권도처럼 간결하게, 춤처럼 유연하게

절제된 이안의 액션은 절권도와 택견을 참고한 결과다. “김태리 배우의 에너지가 워낙 강해서 이안의 동작을 화려하게 갈 필요가 없었다. 간결하게 선은 살리되 파워풀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컨셉을 정리했다. 총기 액션은 이안이 총을 전술적으로 사용하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는 상황을 고려한 결과물이다.”(류성철 무술감독) 도사인 무륵은 이안에 비해 훨씬 움직임이 날렵하고 잔동작도 많다. 유상섭, 류성철 두 무술감독은 “무륵은 무거울수록 재미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1990년대 홍콩 무협영화의 와이어 액션과 태극권과 같은 무술에서 손동작을 많이 참고했다”고 입을 모은다. 가드의 액션은 브레이크 댄스, 팝핀과 같은 비보이 댄스가 레퍼런스가 됐다. “가드가 손에서 레이저를 뿜는 움직임, 썬더가 가드로 분했을 때의 발랄하고 가벼운 느낌들을 댄서의 춤에서 많이 가져왔다.”(류성철 무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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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케이퍼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