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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AN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 작품상 '혼자가 아닌'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 인터뷰
이유채 정리 이다혜 2022-07-28

마녀 설화를 호러 장르와 접목시켜…

19세기 마케도니아의 시골 마을, 갓난아이인 딸 네베나를 납치하려는 늙은 마녀 마리아(아나마리아 마린카)에게 엄마(노미 라파스)는 아기가 16살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키우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마리아는 엄마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신 아기의 목소리를 가져가고, 엄마는 마녀를 피하고자 딸을 동굴에 숨겨놓고 키운다. 엄마의 철벽 방어에도 마리아는 16살이 된 네베나(사라 클리모스카)를 찾아와 소녀를 자신과 같은 마녀로 만든다. 그러나 마녀 엄마와 마녀 딸의 동행은 얼마 가지 못해 끝이 나고, 마을로 내려온 네베나는 자신이 매혹된 기혼 여성 보실카(노미 라파스)의 모습으로 변신해 인간세계에서의 삶을 시작한다. 마녀 설화를 모티브로 한 <혼자가 아닌>은 한 생명체가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관계에 적응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스케치한다. 한창 차기작을 촬영 중인 고란 스톨레브스키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첫 장편영화 <혼자가 아닌>에 관해 물었다.

<혼자가 아닌>

- 어떻게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나.

= 2016년부터 5개 정도의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써왔다. 그런데 관계에 대한 차분한 드라마다 보니 장르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다. 원래 여성 서사, 마녀 이야기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모은 자료가 꽤 됐었는데, 그중 서구의 마녀가 동물이나 사람으로 변신한다는 설화를 호러 장르에 접목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다.

- 원하는 자연환경과 동굴이 있는 장소를 어떻게 찾았나.

=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뉴질랜드 다 여의치 않아 결국 세르비아까지 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곳에 내가 대본에 묘사해놓았던 자연환경이 정확히 있었다. 그래서 바로 세르비아로 확정하고, 로케이션 담당자에게 구체적으로 이러이러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그랬더니 담당 스탭이 고맙게도 100개 이상의 장소를 찾으러 다녔다. 그중에 내가 생각했던 우거진 숲이 있고, 우릴 가장 환대해주었던 주민들이 사는 한 작은 마을을 선택했다. 동굴의 경우 버려진 사원이 많아 그중 한곳에서 찍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동굴 느낌을 내려면 지붕에 구멍을 뚫어야 하지 않나. 빠듯한 예산에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결국 마을에서 4시간가량 떨어진 곳에서 원하던 동굴을 발견해 거기서 찍었다.

- 네베나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과 개로도 변신한다. 성별과 종을 자유롭게 넘나들도록 설정한 이유는.

= 평소 성별이나 국가 모두 초월해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동물이나 아예 다른 종으로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도 많다. 이런 내 욕망을 변신술을 쓰는 주인공을 통해 해소하고 싶었다.

- 네베나가 사회화 과정에서 가장 뼈저리게 경험하는 것은 원시적인 가부장제 시스템이다.

= 어느 사회나 가부장적인 요소는 퍼져 있다. 그 안에서 여성들의 끝없는 가사노동, 성적 착취가 빈번하게 일어나는데도 너무 만연해서일까. 그 자체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부분들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모아서 보여주고 싶었다.

- 네베나가 변신술을 쓰는 장면은 비주얼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게 많은 장면인데 별일 아니라는 듯 담백하게 찍었다.

= 마리아나 네베나 같은 마녀들에게 변신은 따분할 정도로 자주 있는 일이다. 그래서 스펙터클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관객이 그 장면을 보면서 ‘쟤들은 저게 일상이구나’ 하고 생각하길 바랐다.

- 세 여성배우(사라 클리모스카, 노미 라파스, 앨리스 엥글러트)의 캐스팅 과정이 궁금하다.

= 내게는 두 가지 배우 캐스팅 기준이 있다. 눈에서 불꽃 같은 게 보이는가, 두려움이 없는가. 세 배우 모두 이 두 자기를 완벽하게 충족했다. 사라 클리모스카는 내 이전 영화에도 출연한 친구 같은 사이라 가장 먼저 합류했다. 앨리스 엥글러트는 감독이기도 한데, 젊은 여성이 주인공인 그녀의 작품에서 <혼자가 아닌>과 비슷한 결을 느껴서 그녀가 우리 영화와 잘 어울릴 거란 예감이 들었다. 노미 라파스는 그녀의 에이전트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바로 호감을 표시해왔다. 그녀와 직접 만나 2시간 반 정도 얘기하면서 함께하는 걸로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 나는 배우들이 자기감정대로 연기했을 때 나오는 그 감정이 나에게 전해지는 순간을 정말 사랑하는데, 세 배우와 각각 촬영하는 동안 그런 순간이 있어서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