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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 용의 출현' 김한민 감독 인터뷰 “선비같은 기질로 주변을 아우르는 이순신의 포용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송경원 2022-08-04

- 시사회 반응이 좋다.

= 여러모로 감사하고 겸허해진다. 시사 후 들었던 이야기 중엔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와닿았다. 어떤 형태로든 관객의 자긍심을 고취시킬 수 있었다면 다행이다. 영화를 통해 응원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특히 성취감을 느꼈다. 그간의 행보가 보상받는 기분이다.

- 엄청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속편이다. 이순신 장군을 그린다는 것만 해도 부담인데, 전작인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작이다. 속편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을 것이다.

= 맞다. 그래서 8년이 걸리지 않았나. 어떻게 보면 8년의 세월이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영화는 처음부터 삼부작으로 구상했고 서두르지 않았다. 어떤 일이 있건 뚜벅뚜벅 가다보면 결국 완성될 거라 믿었다. <명량>의 큰 성공은 부담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이정표가 되었다. 어떻게 그려야 내가 원하는 완성도를 달성하고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기준점을 제시해주었다. <명량>때만 해도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으로, 안되면 되게 하자는 정신으로 하나하나 몸으로 겪어가며 완성했다. 그래서 <한산>과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는 절대 그런 식으로 접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 프리프로덕션의 강화를 위해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중간에 의심도 들었다. 이 정도로 밑 준비에 시간과 노력이 들면 그게 더 비효율적인 거 아닌가 하는 회의도 찾아왔다. 하지만 완성도와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믿고 손을 놓지 않았다.

- 삼부작은 드물지 않은 구성이지만 <명량>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프로젝트는 도전적이라 해도 좋을 만큼 희귀하다. 실존 인물을 전투에 맞춰 각기 다른 배우가 연기한다는 발상은 언제부터 했나.

= 시작은 역사 삼부작을 만들겠다는 거였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최종병기 활>,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명량>, 그리고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봉오동 전투>까지 삼부작을 구상했다. 그런데 <명량>을 준비하면서 벽에 막혔다.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넘어가기엔 인물과 서사가 너무 거대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순신 삼부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판단했고, 그제야 불투명했던 <명량>의 이야기가 구체화되었다. 일단 삼부작이 결정되자 또 다른 질문이 시작됐다. 명량대첩에 이어 한산대첩, 노량대첩의 이야기를 다뤄야 할 각각의 이유가 필요했다. ‘명량’은 죽음 앞에서 선 이순신 장군의 불굴의 용기에 대한 영화다. 통쾌한 역전승 같은 명량은 용장 이순신의 모습을 그린다. 각각의 전투마다 서로 다른 이순신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밑그림이 그려졌다.

- <명량>의 용장(勇將), <한산>의 지장(智將), <노량>의 현장(賢將)을 그린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 전투의 성질에 따라 알기 쉽게 설명해보았다. <한산>은 임진왜란 초기 전쟁의 이정표가 된 대전이다. 반면 <노량>은 이순신 장군의 최후이자 전쟁의 종결을 다루는, 레퀴엠 같은 느낌이 있다. 전쟁의 시작과 끝에 선 영웅의 모습을 담은 셈이다. <한산>의 경우 <명량>을 먼저 만들고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기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순서가 중요한 것 같진 않다. 진짜 난제는 이순신을 어떻게 좀더 깊이 있게, 그리고 다르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명량>이 이순신의 꺾이지 않은 정신을 강조했다면 <한산>은 지혜와 통찰, 혜안을 가지고 미리 준비하는 자로서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이순신의 시야는 한산도 앞바다에 머물지 않고 전쟁 전체를 조망하면서 상황을 조율한다. 당장의 승리만큼 중요한 건 왜 이 승리가 필요하고, 승리를 발판으로 무엇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덕목이기도 해 적절한 시기에 도착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 박해일 배우에게 캐스팅 제안을 했을 때 ‘제가 장군처럼 보이나요?’라고 반문했다고 하던데.

= 장군에게도 여러 모습이 있으니까. (웃음) 배우들의 부담감은 당연하다. 최민식 배우의 <명량>이 있는데 누가 섣불리 그걸 뛰어넘겠다고 나설 수 있겠나. 배우들에게 부탁한 목표는 전작을 뛰어넘는 게 아니었다. 오직 하나의 작품 속 캐릭터에만 집중하길 바랐다. 이순신의 전 생애를 다 응축할 필요도 없었다. 내게 필요한 건 ‘한산대첩’을 앞둔 이순신이었다. 넓은 시야로 상황을 판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고요함이 깃든 이순신. 나이도 좀더 젊어야 했고 외유내강의 면모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배우 중 여기에 최적의 인물은 딱 한명, 박해일이었다.

- 박해일 배우의 이순신은 큰 산 어느 기슭 숨겨진 맑고 고요한 호수 같다. 흔들리지 않는 꼿꼿함이 있는 가운데 주변 정황을 투명하게 비춘다. 이번 영화에서 이억기, 어영담, 나대용 등 이순신의 부장들이 선명하게 잘 드러나는 것도 그 덕분이 아닐까 싶다. 앞으로 나서기보다 밑에서 받쳐주는 연기를 한다. 배우의 특질 때문인걸까, 아니면 감독님이 특별히 주문한 방향이 있을까.

= <한산>에 대한 아주 중요한 칭찬 같다. 우리의 의도가 정확히 전달됐다. 한산대첩이 실제로 그러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순신 장군의 빼어난 능력 중 하나는 주변 사람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기용술이다. 문헌과 기록에도 그런 정황이 무수히 나타난다. 분출하는 에너지보다 고요한 선비 같은 기질로 주변을 아우르는 포용력을 표현하고 싶었다. 박해일 배우도 그런 이순신이라면 해볼 수 있겠다고 응해주었다. 이순신을 도와서 싸웠던 좌장들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인 데 반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쉬웠는데 이번에 조금이나마 보여줄 수 있어 뿌듯하다. 길을 잘 아는 향도인 어영담 역의 안성기 배우는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신뢰를 안긴다. 원균 역의 손현주 배우도 마찬가지다. 딱 필요한 역할만큼의 안타고니스트로 빛난다. 이순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이억기 역의 공명 배우는 옆에 있는 사람이 믿고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리스너다. 거북선 제작자 나대용 역의 박지환 배우는 그 역할 그대로 우리 영화의 비밀병기 중 한명이었다.

- 얘기한 대로 단순히 소비되는 캐릭터 한명 없이 각각의 색깔이 잘 살아 있다. 특히 첩보전 파트를 담당하는 배우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 안성기, 손현주, 박지환 배우들이 믿고 맡기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면 첩보전 파트는 좀더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를 살리고 싶었다. 첩보를 맡은 택연, 김향기 배우나 일본측에서 첩보 활동을 하는 와키자카 사헤에 역의 이서준 배우 등 드라마적으로 역동적인 부분을 맡아 기대 이상으로 소화해주었다.

- 마지막 전투 40분을 위한 긴 준비는 전작과 마찬가지지만 과정이 다르다. <명량>이 이순신의 고뇌와 감정적인 드라마에 공을 들였다면 <한산>은 물밑에서 일어나는 치열한 첩보전이 긴장을 유지시킨다. 좋은 전략은 이기기 전에 이미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거라고 하는데 그 교본을 보는 것 같다.

= 특별히 첩보물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보통 전쟁은 불꽃 튀는 전투의 순간만 기억되는데 실은 훨씬 길고 중요한 것이 전장에서 부딪치기 전까지의 과정이다. 마지막 전투의 실오라기 하나까지 그냥 등장하지 않고 모든 상황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순신의 학익진 역시 신비의 전술이 아니라 모두가 아는 전통적인 진형 중 하나일 뿐이다. 놀라운 건 그걸 해상에서 펼치는 역량, 적절한 상황에 배치 운용하는 기술, 그 상황까지 상대를 이끌고 오는 심리전 등이다. 이순신 장군을 신비의 존재로 일부러 포장할 필요가 없다. 그저 실제로 어떻게 전투를 이끌어갔는지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위대함은 충분히 전달된다. 반대로 그렇기에 사실적인 전투, 실제 전략의 설득력 있는 묘사가 훨씬 중요했다. 그물처럼 촘촘히 짜인 계획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다 보면 어느새 헤어나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감각을 전하고 싶었다. 초중반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분량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 조선군의 성과를 위해 일본군을 바보로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와키자카의 신중함 등 입체적인 면모가 부각될수록 후반부의 전투가 흥미진진해진다. 한편으론 일본군을 그리는 방식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을 텐데. 와키자카 역시 임진왜란 전까지는 일본 내에서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장수 중 하나였다.

=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를 보면 무장들의 개성이 살아 있어 흥미롭다. 와키자카는 젊고 패기 있는 인물 중 하나였고 3만석 정도의 작은 영지를 가진 그에게 임진왜란은 출세를 위한 기회였을 것이다. 실제로 한산대첩 직전 용인전투에서 적은 군대로 수만명의 조선 삼도근왕군을 제압하며 범상치 않은 전과를 올렸다. 이 전투가 초반 임진왜란의 판도를 결정한 것도 사실이다. 성공에 대한 야망과 거듭된 승리가 와키자카의 시야를 가리고 조급한 판단을 내리게 했을 거라고 봤다. 단순히 조선 수군을 격파하는 것을 넘어 명나라로 진출하기 위한 야심이 그의 눈을 가리지 않았을까. 자료를 뒤져봐도 그리 과하게 표현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 실제로 와키자카는 임진왜란 후 일본의 내전에서 최후까지 살아남는 등 시세 판단에 매우 능한 장수이기도 했다.

= 한산대첩 패배 후 섬으로 도주해 미역을 뜯어먹고 살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실제로 그 장면까지 찍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하여 생략했다. 언젠가 확장판으로 보여줄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 상상력을 동원하여 역사의 빈틈을 메우는 것이 이런 영화의 묘미다. <한산>에서는 거북선이 비밀병기로 등장한다. 거북선에 대한 기록은 정확히 남아 있지 않다. 2층선이냐, 3층선이냐. 부딪쳐 적의 배를 깨는 충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영화는 오히려 이런 부분을 극적인 요소와 비밀병기로 활용했다.

= 우선 한국인에게는 거북선에 대한 자부심, 자긍심 같은 직관적인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걸 살리되 사실적인 디테일을 더하려 했다. 다만 이걸 상황을 다 해결해주는 만능키처럼 바쁜 방식으로 풀고 싶진 않았다. 전쟁은 병기 하나가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사천해전에 거북선이 첫 출진했을 때 나대용과 이순신 장군이 총상을 입었다는 기록도 있다. 그때만 해도 조선군이 거북선을 운용하는 방식과 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봤다. 그 불완전함을 메우고 개량해나가는 과정이 이번 영화의 핵심 서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최종병기라기보다는 당대 최강병기로 거듭나는 과정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울릴 것이다.

- 전술전략 차원에서 이번 영화의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라 설득력을 더한다. <명량>이 배 위에서의 난전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철저히 함대전, 화포전으로 묘사된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난중일기>에도 한산대첩의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이 없다. 판옥선이 어떻게 운용되고 회전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여전히 미지다. 그렇기에 상상력을 더할 여지가 있었다. 학익진으로 적을 섬멸하고 거북선을 운용했다는 사실 두 가지를 중심으로 세우고 중간 과정은 오롯이 상상력으로 현실적인 개연성을 만들어나갔다. 적도 아군도 이미 학익진이 펼쳐질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학익진이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게 중요했고, 초중반은 그걸 위한 치열한 심리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신비한 전략이 아니라 모두가 다 아는 것들을 가지고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지가 핵심이다. 그래서 초반에 학익진 훈련하는 장면을 넣었다. 결국 전략전술을 누가 어떻게 운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

- 바로 그 장면이 <한산>을 여느 전쟁영화와 구분 짓는 전환점이다. 진형도 비밀병기도 다 공개된 상태에서 어떻게 해결할까 하는 호기심이 오히려 긴장감을 더한다.

= 감사하다. 이미 어떻게 흘러갈지 다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지 보여주는 게 이번 영화의 원동력이라고 본다. 그 중심에 이순신과 그의 사람들이 있다. 결국 어떤 의미에선 이 영화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모르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면모가 부각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 전투 장소를 육지와 바다로 나눈 것도 영리하다. 한산도 바다 위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황박(이준혁)의 의병이 전라도 본진 방어를 위해 웅치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 단지 한산 앞바다의 주도권을 두고 벌이는 전투가 아니라 조선의 명운을 건 싸움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는 이순신 장군의 대사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산대첩은 공격하여 깨부숨으로써 조선을 지킨 전쟁이다. 두곳의 다른 전장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것인지가 관건이었는데, 항왜(조선군에 가담한 왜군)인 준사(김성규)가 첩보 활동을 끝낸 후 동선이 자유로워 전주성으로 전갈을 알리러 간다는 설정을 보태 연결할 수 있었다. 함대전의 속 시원한 함포전과 웅치전투의 육탄전 모두 중요했다.

- 영화의 또 다른 핵심 대사는 “의(義)와 불의(不義)의 전쟁”이다. 이순신 장군의 이 말에 감화되어 항복하는 준사는 이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캐릭터다.

= 당시 성리학 사회인 조선의 입장에서 보면 이건 국가와 국가가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충돌한, ‘전쟁’이 아니었다. 임진왜란이란 표현처럼 불의하고 무도한 자들이 일으킨 환란이었다. 그런 단어 하나에 어떤 결기와 가치관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당시 일어난 백성들을 민병이 아닌 의(義)병이라고 하지 않나. 이건 옳고 그름에 대한 자발적 선택의 문제다. 오늘날 전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쟁,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이런 고민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올바름에 대한 고민이 사라지고 가치가 무너질 때 인류의 비극이 반복되고 야만의 시대가 도래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명량> 이후 무려 8년이 지났지만 어쩌면 적절한 시기에 도착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 얘기한 것처럼 속편이 나오기까지 8년이 걸렸다.

= 제일 큰 건 <한산> <노량>으로 이어지는 전쟁을 왜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당위가 필요했다. 프리프로덕션을 철저히 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한편으론 VFX 등 특수효과 기술이 일정 영역까지 다다르는 데 필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물 위에 배를 띄우지 않고 100% CG로 바다를 구현했다. <명량> 때는 날씨나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 변수가 많았는데, 이번엔 함대전인 만큼 정교한 컷과 신의 철저한 계산이 필수였다. 무엇보다 프리프로덕션의 준비와 기술적 노하우의 축적이 중요했는데 <한산> <노량>을 동시에 진행했기에 가능한 부분도 있었다. VFX를 비롯한 국내 후반작업의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한 부분이 있고 개인의 역량과 노력으로 해결하는 문제들이 적지 않다. 아직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국내 여건상 시스템의 체계화, 안정화 등 여전히 해결이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남겼다고 생각한다.

- 함대전, 함포전이 중심인 만큼 사운드의 완성도도 각별하다.

= 음악과 엠비언스 사운드, 두 가지 모두 밀도를 진하고 강하게 가져갔다. 기본적으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그걸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공을 들였다. 두 요소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상황도 있었는데 보통 때라면 전체 사운드 레벨을 줄였겠지만 이번에는 사운드의 충돌을 살리고 일부러 우리말에도 자막을 넣었다.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 이순신과 임진왜란에 대해 더이상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 <한산>을 통해 여지없이 편견을 깨부쉈다.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노량>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 <한산>이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이순신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웅장한 레퀴엠의 느낌이 있다. 당연히 새로운 볼거리도 기다리고 있다. <한산>이 함대전이었다면 <노량>은 야간 전투가 많다. 이번 영화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부분도 보완 중이다. 모두가 아는 위인이지만 이야기할수록 여전히 새롭게 보이는 면들이 발견된다. 이어지는 영화들을 통해 그 총체적인 인물상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내게 이순신 삼부작 프로젝트는 고난이자 치유의 시간이었다. 힘든 시기에 내게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가 여러분에게 어떤 형태로든 응원이 되었으면 한다. 영화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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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