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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간을 따라가는 것과 시간을 담는 것의 머나먼 거리, '풀타임'
이보라 2022-08-17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쥘리(로르 칼라미)는 매일 숨 막히는 장거리 출근길에 오른다. 늘 이웃집에 읍소하듯 아이들을 맡기는 그는 파리 시내의 5성급 호텔에서 경력직 메이드로 일하고 있다. 마침 이직하고 싶은 회사의 면접 기회를 얻어 더 나은 미래를 꿈꾸던 그에게 예기치 못한 변수가 끼어드는데, 바로 대중교통 파업이다. 시위의 여파로 도시에는 발이 묶인 사람들로 가득하다. 집까지 가는 차량이 없어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거나 쿰쿰한 냄새가 나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일이 늘어난 쥘리는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두발로 달린다. 그야말로 ‘쥘리 런’이다. 고대하던 면접날. 쥘리는 호텔 수습 직원에게 자신의 출입증을 찍어달라 부탁해 퇴근 시간을 속이고 면접을 치르러 가는데, 이 일을 알게 된 상사가 해당 직원을 해고하고 쥘리를 압박해온다.

<풀타임>은 제목대로 시간을 꽉 채워야 겨우 삶을 보존할 수 있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는 여타 미디어나 브이로그 속 여유로운 프랑스가 아닌 그 이면에서, 시스템의 고려대상이 아닌 인물이 숨 가쁘게 버텨내는 시시각각의 일상을 살핀다. 노란 조끼 시위 등 프랑스 사회의 이슈가 연상되기도 하며 재난 상황 속 도시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간당거리는 쥘리의 하루하루다. 속도감 있는 편집과 잦은 점프 컷은 분초가 아까운 쥘리의 상황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다만 인물의 지근거리에서 발생하는 일만을 담느라 시위의 발생 기제가 설명되지 않고 배제된다. 공감이나 연대보다 미시적 차원의 성취만이 씁쓸히 담긴다. 제7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오리존티 부문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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